[학교2013][지훈x하경] 그건 너. 1
튕겨오를 듯이 밴에 올라탔다
- 쉬십쇼 형님
막내가 우렁차게 인사하고 문을 세게 닫는다
보통이라면 이제 어디로 가는거냐, 고생한다 한마디쯤은 건넬법도 한데 도저히 기운이 나지 않는다
평소엔 처진 몸을 업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며 고마워했던 밝은 막내의 씩씩함이 오늘은 거슬린다
지훈은 대답없이 의자에 깊게 몸을 묻고 눈을 감는다
새벽 4시에 시작된 스케줄은 꼬박 한나절을 넘긴 이 밤중까지 계속 되고 있었다
계속된 인터뷰에 지훈은 서른번째 매체까지 세고 세기를 그만두었다
매니저 막내 동생이 운전을 시작한 모양인지 차가 무겁게 움직인다
오늘 몇시까지 스케줄이라고 했지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다
- 딩동
문자 알림음이 예민한 그의 귀를 파고든다
축하문자겠지 누군가의
지훈은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밀어올리고
몇몇 친구들만 아는 번호의 핸드폰을 집어든다
바쁜 스케줄 탓에 통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들이었다
오정호는 무뚝뚝하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여서 연례행사로 짧은 통화나 주고 받았고 - 잘 지내냐 - 어 뭐 너는 - 아 뭐 나도
둘 사이에서 살랑거리며 그래도 살갑게 구는 이경이 아니었으면 오이지 삼총사도 훨씬 소원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영화 시사회 초대를 핑계로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잠시 피곤했던 지훈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누구냐 그래도 기특하게 형님 영화 개봉한다고 문자를 다 보낼 생각을 하고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밀어올린 지훈은 다음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거, 나니?]
등록되지 않은 번호, 단 두마디.
아.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
벌써 세번째 주연 영화였으니 매체 인터뷰라면 이골이 나있었고
나름대로 방송 프로그램 - 예전 또는 현재 여자친구에 대한 정보를 집요하게 캐내려고 하고 사생활과 말 한마디에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면서 자칫 실수라도 하면 다음날 바로 부메랑처럼 온라인 기사 제목을 점령하게 만드는 - 에도 꽤나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생각했다
신비주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솔직하지는 않은 그 미묘한 줄타기를 꽤나 잘해온 편이라고도 자부했다
신인 시절부터 미묘한 호감을 남기는 솔직함 이라는 후일담을 몇몇 기자들부터도 들었고
사생활이 화제가 된 적도, 그럴 여지를 남긴 적도 없었다
그래도, 역시 단독 토크쇼 출연은 처음이라 긴장했던 걸까
머릿 속은 대답해야만 하는 정답과 방해하는 온갖 잡 생각들, 이게 어떻게 편집이 될까하는 걱정과 혹시나 싶은 말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엉망진창이었고 태연한 척 웃고 있지만 참 오랜만에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이렇게까지 긴장을 해본 건 ... 그래... 그날 이후 처음.
역시 그래서였다 순간 위태로이 균형잡고 있던 줄에서 비틀, 했던 건.
다시 되새겨봐도 뻔한 낚시였던 그 미끼를 왜 덥석 물어버렸다
그저 양아치, 학생 역할로 인기를 끈 젊은 배우의 첫번째 멜로 영화,
그것도 순애보 로의 변신. 에 초점을 둔 뻔한 질문이었는데.
- 첫번째 멜로 시잖아요
- 아 네
- 한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역할이던데 지금까지 하셨던 역할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 하하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려우시겠죠 지금까지 제가 보여드린 걸 생각하면
그래도 저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웃음) 더이상 학생 역할은 못할 거 같다 싶더라구요 양심상
제가 어디 학생처럼 보이나요? 이제 학생이라고 우기기엔 스크린에 주름이 너무 적나라하게 나와서...(한숨)
- 아이 전혀 주름 같은 건 안보이는 걸요~
그나저나 뭔가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남자예요 이번에 맡으신 역할
세상에 자기가 가진 걸 모두 주고 계속 기다려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랑이라니
그러다 결국 버림 받는데도 계속 사랑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끌리신 거 아닌가요? 이런 사랑은 현실엔 없으니까?
장시간 계속된 녹화에 멍해진 탓일까
아하하 네 - 그렇죠 - 라고 웃어넘기면 될 질문에 울컥 진심을 토해버린 건
- 있어요 그런 건
그리고 결정적인 말을 내뱉고 말았다
- 그런 사랑 한 적 있는 걸요
엠씨들의 눈이 반짝 빛났다
- 우와 정말요? 멋있다~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에 아차, 싶었지만 에라 뭐 어떠랴
이제 그렇게나 시간이 지난 일인데
이제 한마디쯤은 해도 되지 않을까
- 그 사람 때문에 지금 제가 있으니까요
그래, 너
송.하.경.
이름조차 부르기 아까웠던 너.
===========================================
투경 글이 폭발하는 창작방에 완전 뜬금없는 지훈X하경 글.....
이건 다 한드방에 어느 베이리가 올려준 합짤 사진 때문이었 + 지훈이에 대한 사심 때문...
이걸 보니 꼭 속깊지만 가진게 없어서 외면하는 지훈이와
더 속이 깊어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하경이를 꼭 쓰고 싶었다고 한다..
요즘 늦깍이 데뷔하는 남배우들도 많아 지고...
가끔 인터뷰에서 보면 데뷔할 때까지 뒷바라지 해준 옛 여친들에 대한 내용도 쓱 지나가는걸 보기도 했고
문득 알고보면 속깊은 지훈이가 데뷔를 해서 주연급 배우가 되어서....
근데 이전에 하경이가 뒷바라지를 해줬고....
뭐 이런 가닥에서 시작하긴 했는데;
이게 어떻게 결론이 나려나...... 모르겠네......
처음 써보는 소설이라서.... 어디서 끊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우선 여기까지만....
열심히 일하다가 생각 + 시간 나면 다시 돌아올게 ㅠㅠ
비루하지만 재미있게 봐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