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you (j&h)
[학교2013][지훈x하경] 그건 너. +1
april_m
2013. 2. 4. 00:00
꽤 이른 시간이라 가게 안에는 손님이 거의 없고 2층 볕이 드는 창가 테이블 구석 자리의 두 남녀 뿐이다 커피만 간혹 홀짝이면서 앞에 둔 스콘은 손도 대지 않은 채 하경은 테이블 위의 대본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본에 글씨를 적어가며 뭔가 설명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옆에 나란히 앉은 지훈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하경이 너무 예쁘다
뿔테 안경 뒤에 숨겨진, 테이블 위 대본을 내려다보느라 곧게 뻗은 속눈썹도 깜빡일 때마다 간혹 보이는 눈동자까지. 오뚝 솟은 콧날에 뭔가 계속해서 말하느라 오물오물 움직이고 있는 입술 간혹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까지 예뻐서 지훈은 이게 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서른까지 여자들을 못 본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배우생활 시작하면서 온갖 미녀들을 한번쯤은 만나봤고 심지어 함께 연기도 해봤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는 처음이다 지훈은 잠시 스스로가 미친건가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랑스럽게 보일 수가 있지 지난 5년간 어떻게 하경을 만나지 않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때 자신이 하경을 만나러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단 생각에 아찔하다 넋을 잃고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지훈의 시선을 알아차린 하경이 지훈을 올려다본다
- 지금 내가 하는 말 듣고 있어?
들었을리가 없다 하경의 모든 말이 다 음악처럼 흘러간 판이다 설명하는 낮고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꼭 음표들처럼 귓가를 울리는데 무슨 의미로 남았을리가. 지훈은 넉살 좋게 웃어보인다
- 그으럼 - 진짜지?
하경은 넘어가지 않고 밉지 않게 흘겨본다
언제 이렇게 능글맞아졌나몰라 예전엔 버럭하면 미안해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싱글싱글 웃고 있는 지훈에게 딱히 더 할 말을 찾지 못한 하경은 대본으로 시선을 돌린다
- 그러니까 이 장면은
지훈은 다시 하경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모습에 빠져든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솜털이 오소소 솟아있다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탓에 드러난 목덜미가 하얗게 빛난다 흰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가느다란 팔이 글씨를 쓸 때마다 움찔 움직인다
작은 움직임도 지훈의 마음에는 큰 파문을 일으킨다 꼭 하경이 하얗게 번져 사라질 것 같아서 지훈은 행복하면서도 불안하다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하경의 흘러내린 앞머리를 넘겨준다 자신의 손길에 눈을 들어 올려다보는 하경을 보니 지훈은 더 참을 수 없어진다 에라 모르겠다
지훈은 하경의 목을 확 끌어안아 입술에 입맞추려는데 바로 다음 순간 가슴팍이 팍 밀쳐지면서 하경의 소리죽여 확 날아 꽂히는 날카로운 한마디
- 미쳤어! 일하자며?!
=
어휴 저 초딩
하경은 사무적인 태도로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짚어가며 조목조목 지적하는 지훈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 쉬었다
내가 누구 때문에 그런건데
애초에 말이 안되는 자리였다 대체 어떤 배우가 시나리오 검토하자고 제작사 피디를 불러 따로 미팅을, 그것도 단독으로 요청한단 말인가 앞으로 며칠간 스케줄 때문에 해외 나간다길래 저도 프리 준비하느라 바쁘니 잘 다녀오라고 문자로 답만 보냈더니 결국 배우의 이름으로 피디를 불러내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고 만 덕에 어제 사무실에서 치른 난감한 상황을 생각하니 아직도 아찔하다
- 송피디, 내일 이지훈 배우가 시나리오 관련해서 미팅 좀 하자던데? - 네? - 헐 저도 따라가도 되요? 저 데려가요? 응? - 선영씨 말고 딱 송피디 찍어서 단독으로 보내달라던데? - 아, 네.... - 선배만 부른거 보면 무슨 문제 있는거 아녜요? 그때 그 시나리오 원안 선배가 썼다고 말했는데 시나리오에 문제 있나? 제 탓인가 봐요 죄송해요 안한다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ㅠㅠ - 됐고, 오후에 일정 있다고 아침에 미팅하자고 하니까 일정 조정해서 그리로 바로 출근해
더이상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팀장의 눈빛이, 너 뭐 있지? 란 의문을 가득 담고 있어서 진땀이 났고 게다가 본인 잘못,이라며 미리 걱정하는 선영을 달래는 것도 곤욕이었다 넌 그러고 가면 그만이다만 나는 이걸 어찌 수습하란 말이냐 싶어 좀 토라지기도 해서 한 마디도 듣고 있지 않는 게 분명한 태도로 자신만 뚫어져라 보는 지훈을 외면하고 정말 딱 만나자마자부터 계속 일 얘기만 했더니 결국 삐졌다 그러고선 아까부터 계속 저런다 시나리오 씬 하나하나 대사를 짚어가며 이건 이게 별로고 저건 저래서 싫고 투덜투덜. 마치 굉장히 냉정한 사업가라도 된 듯한 어조로 어이없는 딴지를 걸고 있는 지훈을 보고 있자니 어떤 땐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나 싶다가도 이럴 땐 도대체 지난 십년이 다 어디로 가버렸나 싶다 아니 십년은 커녕 꼭 미운 일곱살 같다
내가 누구 때문에 밀쳐냈는데.. 여기서 혹시라도 사진이라도 찍히면 곤란한 건 자기면서
아침이라 한산한 카페였지만 지훈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하필 모자도 안 쓰고 뿔테 안경에 티셔츠 청바지의 편안한 차림이 아니던가
바보 하경은 입술을 깨문다
지훈은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시나리오만 가리키며 뭔가 말하고 있다 미워라... 하경은 지훈이 하는 억지들을 흘려들으며 지훈을 흘겨보았다... 근데... 잘생겼다…
원래도 훤칠한 인물이었지만 서른에 접어들고 얼굴이 자리잡히면서 이전에 남아있던 순하고 소년 같은 둥근 선 대신 남자다운 각이 들어섰다 집중하고 있는 눈은 여전히 진지한데 조금 날카로워진 것도 같다 콧대는 원래 이렇게 높았던가 남자가 피부는 또 왜 이렇게 하얗고... 때때로 자신감을 잃고 처지곤 했던 입매는 프로답게 자신만만하다 늘 다정한 목소리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 냉정하게 딱 끊는 어조도 남자다워서 멋있네... 하고 멍하니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하경은 순간 내가 미쳤구나 싶어 고개를 떨군다 그러자 지훈의 굵은 목과 넓은 어깨 그리고.. 몸을 시나리오로 숙이고 있었던 탓에 가슴 근육이 슬쩍 눈에 들어온다
엄마야.
하경은 저 혼자 얼굴이 확 붉어진다 그동안 운동 좀 했나봐… 애써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는데 노력할수록 더 떨리는 거 같다 아아 나이 먹으면 몸이 먼저 보인다더니... 난 썩었어 ... 옆에서 혼자 스스로를 자책했다가 나무랐다가 머릿속에서 한바탕 전쟁이 났는데도 지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담담하게 계속 시나리오만 보고 있다 순간 그가 조금 멀게 느껴진다 저가 진짜 그저 제작 말단 피디이고 지훈은 정말 탑배우인 것만 같다
- 저기요 송피디님, 그러니까 여자주인공은 남자애를 이때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거죠? - 네?
하경이 자신의 이름에 놀라 반사적으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확 들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줄 알았던 지훈이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짐짓 진지하게 다시 묻는다
- 여자애가 먼저 좋아한거죠? 남자애를? - 아... 그게....
하경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니 지훈의 장난기가 더욱 짙어진다
- 그러니까 그때 니가 먼저 날 좋아한거지? - 뭐 .. 뭐래?!
늘 또박또박 말하던 하경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더 놀려주고 싶어진다
- 그러니까 그때 내가 노트 물어보러 가기 전부터 너 나한테 관심있었던 거잖아 여기 보니까 딱 그렇던데에~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내가 그때도 좀 잘생기긴 했지?
빙글빙글 웃으면서 자신을 놀리는 지훈의 말에 하경은 괜히 약이 올라서 얼굴이 새빨개진다
- 그거야 시나리오가 그렇단 거지 허구 몰라? 영화적 설정! 너야말로 나한테 관심있었으니까 물어보러온거 아니야? 먼저 물어보러온 사람이 관심 있는 거지 누가 봐도!
굳이 따박따박 열심히 항변을 하는 하경을 보는 지훈의 마음이 짜르르 한다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밀쳐낸 게 얄미워서 일부러 냉정하게 굴었지만 역시 그러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바라만봐도 시간이 모자란데
- 그.러.니.까. 내가 먼저 그런 거 아니라구
여전히 붉어진 얼굴로 부정하고 있는 하경이 더 예뻐보이는 것이 역시 본인이 단단히 미친게다 뭐 어떠랴 지훈은 피식 웃으면서 하경을 확 끌어당겨 움직일 수 없게 안아버린다
- 누가 먼저면 어떠냐 지금 널 좋아하는게 난데
품에서 벗어나려고 꿈틀거리던 하경이 멈칫 한다
-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하경이 중얼거린다
- 보라 그래. 지난 5년 동안 못한 거 다 하려면 일분 일초가 아까워 조금 있으면 또 며칠이나 이렇게 안고 있지도 못할 텐데
망설이지 않고 답하는 지훈의 말에 마음이 풀려버린다 정말? 하고 올려다보는 하경의 얼굴에 다정한 말에 감동했다가 그래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다가 그래도 안겨있는게 좋다 하는 만족감이 퍼졌다가 그래도 티나는 건 너무 쉬워보이잖아 하는 수많은 감정이 순식간에 확확 지나간다 에구 이렇게 이쁜 게 어디서 왔대 진짜
- 쪽
지훈이 가볍게 하경에게 입맞춘다
-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
- 이런 것도
- 그리고 이것도
조금씩 과감하게 파고드는 지훈에게 수줍게 응하던 하경의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다 얜 또 어디서 이런 걸 배워온거야... 그래도 이래도 되나... 싶다가... 아 모르겠다 그냥 놔버릴까
하고 지훈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이 들어가는데
타닥.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려는 소리에 퍼뜩 놀라 지훈을 확 밀쳐낸다
하경에게 푹 빠져있다가 갑자기 뒤로 튕겨져나간 지훈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다
- 아.. 저기.. 그러니까.. 이 부분을 수정해달란 말씀이시죠?
새빨개진 얼굴로 횡설수설하고 있는 하경과 마침 2층 정리를 하려는지 올라온 점원을 보니 대강 짐작이 간다 분위기 딱 좋았는데.. 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당황한 얼굴을 보는 일도 흔하지 않으니까
지훈은 웃으며 장단을 맞춰준다
- 네, 그럼 이 씬이랑 이 씬 다 바꿔주실거죠?
어디랑 어디? 뭘 바꿔?
하경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자 지훈이 입모양으로 이야기한다
- 회.의.결.과.
아... 회의 결과를 가져가서 보고해야하는구나... 안그래도 프리 기간 짧아서 할 일 많은데 ... 뭐라고 보고 하고 언제 수습해 ㅠㅠ
이래 놓고 가버리고, 미워 진짜.
+ <짧은 대화 1>
- 강주야 애들이 이상해
- 왜, 오늘 라면가게 간다더니 무슨 일 있었어?
- 애들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거고.. 오정호나 이이경은 나 껄끄러워 하지 않을까 싶어서 무지 긴장했는데
- 근데?
- 내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애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 일어나더니?
- 막 나한테 잘 생각했다고 고맙다고 ... 거의 껴안을 기세 더라고.. 지훈이가 갈라놨지만
- 그게 뭐?
- 그러더니 내가 라면 한그릇 다 먹을 때까지 내 건너편에 조로록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거야... 나 진짜 체할 뻔 했어... 다 먹고 고맙다고 그러니까 그땐 또 앞으로 고생하라고.. 안쓰럽다는 듯이 날 툭툭 치고 가버리고... 강주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애들 왜 그래?
- .... 하경아....
- 응?
- 그럴 일이 있었어.... 많이 알려고 하지마....
차마 지훈이가 너 때문에 걔네 좀 많이 괴롭혔다.... 고는 말 못하겠구나 친구야.....
++ <짧은 대화 2>
- 이지훈 새끼 요즘 왜 그러냐 헤어져있을 때 보다 더 재수없어
- 오정호 너한테도 그러냐? 요즘 맨날 와서 실실 웃으면서 라면 먹고 가는 게 더 무서워 ㅠ
- 고회장 너 있을 땐 라면만 먹고 갔냐? 나한테는 두시간이나 송하경 자랑 하고 가더라! 라면 먹으러 왔으면 곱게 쳐먹고 갈 일이지.. 결국 라면도 불어서 못 먹고 다 버렸네
- ... 라면...을 버렸단 말이야?
- 야.. 고회장... 참아
- ..... 누가 이지훈 송하경 다시 만나면 이 사태가 해결된다고 그랬냐.....
- ..... 박흥수.....?
- 그 새끼....죽여....
- 흥수 건드릴거면 나부터 넘겨야할거다 오정호. 니가 앞으로 라면 끓일 거 아니면.
========================== 냔들이 달아준 따뜻한 댓글에 감동 받아서 다른 이야기들을 더 써보기로 결심! 그래서 가져왔는데.... 재미있게 봐줘.....
하지만 나냔은 역시 해피는 못쓰는거 같다고 한다 ㅠ 왜 글을 쓰는건 난데 내가 오글거려서 죽을 거 같은 걸까 ㅠㅠ 진짜 쓰다가 너무 오글거려서 한 세번은 키보드를 던져버릴 뻔 했어;;; ㅠ 뒤에 생각해놓은 이야기가 더 있는데 더이상은 못 쓰겠어 ㅠ 죽을 거 같아 손발이 없어져서 ㅠ 뒷편은 원하는 냔이 있으면.... 지금 사라져버린 손발 얼른 찾아서 그때 다시 써보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