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you (j&h)

[학교2013][지훈x하경] 그건 너. +2

april_m 2013. 2. 7. 18:30


- 이쪽입니다~! 아! 감독님 오셨어요! 고생하셨어요! 촬영팀 자리는 저쪽이예요 많이 드세요 

촬영이 끝나고 크랭크업 기념 뒤풀이 장소에 도착해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지훈은 갑자기 심기가 불편하다. 
일이어서 그런 건 알겠는데 그래도 평소보다 한 옥타브는 높은 것 같은 목소리에 생글거리는 얼굴로 
이 불특정다수에게 저렇게 웃어주다니 짜증이 난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프로듀싱이라 하경은 촬영 내내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촬영장에서 지훈을 만나도 늘 깍듯한 태도로 자신을 대했다 
은근히 기대하고 촬영장에 온 자신이 민망해질 정도로 데면데면한 태도였다 
촬영이 시작된 후로는 하경의 웃는 얼굴을 한번 보려면 며칠을 조르고 졸라 겨우 시간을 내서 
촬영장 외 장소에서 만나 몇시간씩 공들여야 했다 
자신에게는 매일 지쳐있는 모습만 보여주더니 아무리 사무적인 태도라지만 계속 웃어 보이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경을 힐끗거리며 삐딱하게 뒤로 늘어져 있는 지훈에게 감독이 말을 건다 

- 뭐야 지훈씨 몸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 아녜요 일은 무슨. 그냥 심심해서 
- 심심하면 지훈씨가 노래나 한 곡해 
- 우와 그래요 

갑작스런 호응이 이어진다 
슬쩍 눈을 돌려보니 하경은 아직도 테이블 저 끝에서 자리를 정리중이다 
아예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 같다 
평소 같으면 무슨 말씀이시냐고 거절했을텐데 괜히 울컥해서 마이크를 잡아버린다 

- 그럴까요? 




신났네 신났어 

하경은 회식장소 문 근처에 서서 앞에서 노래하고 있는 지훈을 삐딱하게 바라본다 

늦게 들어오는 스태프들을 챙기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는데, 누군가 노래를 시작했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지훈이 눈까지 감고 진지하게 열창 중이다 

회식에서 발라드가 웬 말이래. 흥. 

주변의 모든 여자 스탭들의 눈에 하트가 발사되는 걸 보고 있자니 하경은 괜히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노래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진다 

- 선배, 진짜 멋있죠 어쩜 노래도 잘해.. 내 이상형답다 진짜 

황홀해하고 있는 선영의 말을 들으니 더 짜증이 나서 단상에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지훈을 째릿 바라본다 
하경의 눈길을 느낀 지훈이 싱긋 웃으면서 하경을 향해 윙크를 날린다 

- 꺄아, 선배 봤어요? 지금? 나한테 한건가? 습관인가? 

옆에 있던 선영이 쓰러지려고 한다 
아니, 회식 장소 안에 있는 모든 여성들이 들뜬 게 느껴진다 

- 고만 좀 해라 너 흥분 했어 

말이 까칠하게 나간다 

다시 자리에 앉던 지훈이 자신을 보며 나 잘했지? 표정으로 웃는게 보이는데 
괜히 얄미워서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 저렇게 끼부리는 것만 배워가지구 진짜 
내가 분명히 남들한테 그러는거 싫다고 말했는데... 그래.. 오래전이지만... 



아니 저 들으라고 노래까지 했더니 좀전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제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까까진 그래도 스태프들한테는 방긋방긋 잘도 웃더니만 이젠 아예 표정이 없다 

왜 저래 진짜 

스태프들 자리를 돌아다니며 수고하셨습니다 ~ 라며 건배제의를 하고 있는 하경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괜히 앞에 놓인 사이다만 홀짝인다 
고기 맛도 없네 에이 여기 누가 잡았냐 

- 지훈이형, 고생하셨어요 

갑자기 눈 앞에 술잔이 쑥 들어온다 

누군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후배다 

- 어 그래, 너도 수고했다 

건성으로 잔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하경에게서 못 떼고 있는 지훈의 시선을 따라가던 후배가 웃으면서 말한다 

- 형도 송피디님 맘에 드세요? 
- 어? 
- 형 지금 송피디님 보시는 거 아녜요? 현장에서 인기 폭발이었잖아요 피디님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다 
역시 내 여자다 밝혔어야 했는데..... 
영화 하는 동안 피디랑 주연 배우랑 사귄다 소문나면 피차간에 일하기 힘들어진다고 
절대 함구를 주장한 하경 때문에 촬영 기간 내내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더니 이게 대체 뭔 소린가 

- 송피디, 인기 많냐? 
- 엇 모르셨어요? 완전 이쁘잖아요 별명이 C사 김태희라던데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일도 완전 잘하시고 현장에서 사고 터져도 당황하지 않는 절대 카리스마. 
게다가 절대 틈을 보여주지 않는 차가운 매력~ 팬 완전 많은데? 
저도 다섯살만 많았으면 한번 대시해봤을텐데 

물색없이 떠드는 녀석을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어진다 
역시 제 눈에 예쁜 건 남의 눈에도 예쁜 법이었다 
지훈은 갑자기 초조해진다 
여기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하경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 

-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 어 송피디님~ 고생하셨습니다~ 

테이블을 돌던 하경이 지훈의 테이블에도 와서 잔을 든다 
대강 건배에 응하던 지훈은 역시 안되겠다 싶은 나머지 
여전히 조금 삐져서 눈도 안 마주치고 사무적으로 잔만 부딪히고 돌아서던 하경의 손목을 덥석 잡는다 

- 하경아 
- ... 야.. 뭐야 이거 놔.. 

얼결에 평소의 깍듯한 이지훈 배우님, 대신 반말을 툭 뱉어버리자 
갑자기 테이블에 당황한 침묵이 흐른다 
여전히 하경의 손목을 붙들고 있는 지훈과 그대로 굳어버린 하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인다 

- 둘이... 

옆 테이블의 스탭 한 명이 어색하게 정적을 깬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돌아온 하경이 휙 지훈의 손을 털어낸다 

- 아녜요 그런거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둘이 뭐 있구나 그치? 
- 둘이 원래 아는 사이야?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자니 곧 자신의 이름이 지훈과 함께 SNS를 도배할 것 같은 생각에 등에서 식은 땀이 난다 

- ...저희 그냥, 고등학교 동창이예요! 

하경이 다급하게 외친 소리에 웅성거리던 사람들 시선이 다시 모인다 

그렇게까지 말하기 싫으냐 송하경 

지훈은 좀 섭섭하지만 하경의 말에 긍정해준다 

- 네 송피디랑 저 고등학교 동창이예요 제 은사님, 정인재 샘 때 같은 반. 
- 진짜? 근데 왜 말 안했어? 
- 송피디가 인맥으로 작품 하는 거 같다고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송피디 이제 괜찮지? 촬영 끝났으니까? 
- 어.. 뭐.. 그치 ... 
- 이야 근데 어떻게 티를 한번을 안내냐 진짜 감쪽같이 몰랐네 

웃으며 지훈이 정리하자 뭐야 그런 거였어? 웅성웅성 자기들끼리 수긍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람들을 피해 나오는데 선영에게 팔을 잡힌다 

- 선배 뭐예요 왜 말 안했어요~ 
- 그냥. 중요한 것도 아니고. 별로 안 친했어 
- 거짓말! 제가 그렇게 팬인 거 알면서! 
- 아냐 진짜야 작품하면서 진짜 오랜만에 만난거야 지훈이도 나 있는 줄 모르고 작품 결정한거고 
- 하긴... 선배 타입 아니라고 했죠... 학교 다닐 때 어땠어요? 
- 나중에 얘기하자 선영. 지금 말고 
- 선배~에 

선영의 손에 질질 끌려 구석으로 가 작은 소리로 취조당하고 있는 하경의 대화가 이상하게 또렷이 들려서 영 신경쓰인다 
난감해하지만 말고 널 자랑하고 싶은 내 마음을 좀 알아주면 좋으련만.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뒤풀이 자리가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팀을 태워보내고 나니 그제야 기운이 쭉 빠진다 

- 선배 고생하셨어요~ 

막 불이 꺼지는 고깃집에서 마지막 짐을 챙겨들고 선영이 종종 걸음으로 나온다 

- 어 그래 선영. 조심해서 들어가고 내일 보자 
- 혼자 가셔도 되겠어요? 그래도 밤인데 
- 아냐 뭐 새벽 퇴근이 한두번인가 콜택시 불러서 타고 가면 금방이야 걱정 말고 들어가 들어가면 확인 문자 보내고 
- 네 선배도 들어가시면 문자 주세요 혹시 모르니까 

선영까지 보내고 나니 문 닫은 고깃집 앞에 혼자 남았다 
하아.. 이제 콜택시.. 전화해야지.. 

휴대폰을 꺼내본다 
부재중통화도 문자도 없는 깨끗한 화면. 
좀전에 그렇게 진땀나는 상황에서 겨우 빠져나온 뒤 지훈은 한마디 인사도 없이 먼저 돌아가버렸다 
그래도 갈거면 간다고 문자라도 보내지.. 
괜히 섭섭해진 하경은 잠시 휴대폰 화면을 보고 섰다가 머리도 복잡한데 한 정거장쯤 걸어가서 탈까... 싶은 생각에 발걸음을 옮긴다 

- 꺄악! 

천천히 걸어 모퉁이를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자신을 번쩍 들더니 조수석에 던져넣는다 

나 지금 납치 당하는거야?! 
어떻게 하지? 지훈이한테 전화할까? 전화 어딨지? 아니다 빨리 내려야지 손잡이 어딨지? 

패닉이 빠져서 덤벙거리고 있는데 자신을 조수석에 집어넣은 사람이 그새 옆자리로 탄다 

엄마... 나 어떻게 해 ㅠㅠ 
울고 싶어져서 구석에 바싹 붙어 눈을 질끈 감는데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 뭐하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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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훈이랑 하경이... 
어제 지훈 배우가 이이경 배우랑 노래하는 걸 보고... 그동안 아이디어로만 갖고 있던 에피가 마구 샘솟아서... 

쓰다보니 생각보다(원래 길게 쓰던 평소보다도) 훨씬 길어져서... 두편으로 나눠 올려... 다음 편은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