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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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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only we know" - originally by keane, covered by Max Schneider and Elizabeth Gil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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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세단이 미끄러지듯 주차장에 들어온다
능숙한 솜씨로 지정된 자리에 순식간에 주차된 차에서 차의 주인이 내려선다
운전을 했으니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어쩐지 걸음걸이가 휘청하는 것이 위태롭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홀 앞의 문 앞에 서서 무의식적으로 집 번호를 누르고 통화를 시도하려고 하던 에스더는
이미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는다
회식이나 사업상 석식자리가 일주일에도 두어번,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가는 것이 없는 일도 아닌데 오늘은 어쩐지 지친다
에스더는 한숨을 쉬면서 핸드백에서 익숙하지 않은 카드키를 꺼낸다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천천히 걸어들어와 비틀거릴듯 벽을 짚고 서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나쁜 것, 딸이라고 하나 있는 게.
에스더는 갑자기 덮친 외로움이 도통 집에 들리지 않는 라헬의 탓인 것만 같아서 괜시리 한번 중얼거려본다
기껏 유학에서 돌아와 입사를 하자마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제 독립을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나가버린 라헬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고급 오피스텔에 살면서도 무에 그리 바쁜지 얼굴을 통 볼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그게 더 심해져서 거의 한달 쯤 얼굴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가끔 기다리다 못해 먼저 에스더가 거는 전화에도 시큰둥한 반응 뿐.
그런 딸이 에스더는 가끔 어려웠다
아니 라헬이 어렵게 느껴진 건 그보다 오래된 일이긴 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라헬의 아빠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시작된 꽤 긴 불화 끝에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후로 거슬러 올라가야할 것이다
그때부터 라헬은 부쩍 어른스러운 외피를 둘러쓰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거리를 뒀다
그렇게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하는 라헬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딸이 철이 빨리 든 것 뿐이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사실 그땐 사업을 회생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것만도 너무 힘들었다
신경쓰지 않아도 혼자 잘 커가는 딸이 당연하고 고마웠더랬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때야말로 라헬은 도움이 필요했던게 아닐까
그때 그냥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사람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들이미는 선자리마다 퇴짜를 놓는데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염문설에도 정작 본인은 연애도 결혼도 관심이 없다면서
일에만 몰두하는 라헬이 에스더는 자주 어렵고.. 걱정되었다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자신도 그다지 좋은 예라고는 할 수 없었고, 심지어 그 방법도 잘 몰랐다
가진 것을 지키고, 불리는 방법이라면 얼마든지 전수해줄 수 있겠지만
사랑, 사랑이라.
에스더는 집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몸을 기댄 채 헛웃음을 흘린다
자신은 겪어본 적 없으면서도 자신의 딸은 자신이 모르는 그 어떤 세계를 알길 바라는 걸까
결혼은 비즈니스, 라는 냉정한 명제 아래 끝없이 라헬이 진저리치는 선자리에 내보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라헬이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길 바라는 건,
아마 자신이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갈수록 도도하고 아름다워져가는 라헬을 그 배경인 RS 인터내셔널을 포함해서
재계의 어지간한 결혼적령기의 아들을 둔 집안에서는 모두 탐을 냈지만
에스더는 꽤 오랫동안 '우리 딸이 경영 수업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네요'라며 여유있게 거절해왔다
때때로 나서는 선자리에서 라헬의 무례한 거절에 대해서도 그렇게 포장해왔다
그건 어쩌면 라헬이 자신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길 바래서였다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에스더는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아무래도 라헬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통화 때 자신이 과하게 화를 냈던 건지 라헬은 그 이후로 바쁘다는 말만 반복하며 거의 한달 째 집에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간 수많은 남자들의 이름이 라헬의 곁에 오르내렸지만 한번도 라헬이 공과 사를 혼동한 적은 없었다
그런 라헬이 웬 남자와 플래그십 스토어에 나타나 옷을 갈아입고 나갔다는 사실을
비용처리를 어떻게 할지 난처한 듯 문의해온 매장 매니저를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고
평소답지 않은 딸의 행동에 지나치게 흥분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아무런 소문도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라헬의 말대로 아무 것도 아닌 사이였거나, 알아서 정리를 한 모양이긴 한데
대신 라헬로부터도 개인적인 안부 연락까지 뚝 끊겨버렸으니
바쁘다는 상투적인 핑계를 믿기엔 딱히 예전보다 업무량이 늘어난 것 같지도 않고
역시 그날 마음이 상했던 것 같다
엄마가 그정도 말은 할 수 있지, 애가 말야.
에스더는 괜히 발끈해하다 이내 그래도 부모가 져줘야지.. 라고 혼자 수그러든다
아무래도 주말에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하자고 약속을 잡아봐야겠다
역시 부모가 먼저 져주고 손을 내밀어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집에 들어선 에스더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대신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겠단 생각에 부엌으로 통하는 거실 간접등을 켠다
"엄마야!"
그제야 거실 중앙 소파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형체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 에스더는
놀란만큼 큰 목소리로 방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그 이름을 부른다
"유라헬!"
깜깜하던 거실에 환하게 불이 켜졌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멍하니 있던 라헬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것처럼 천천히 저를 부른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 아... 엄마"
어디 모임에라도 다녀온 것인지 평소라면 구김가는 것을 싫어해서 아무데나 앉기도 꺼려하는 실크 소재의 원피스를 입은 채로
아무렇게나 소파에 걸터앉아 무릎을 끌어 안은 모습이 정말 제 딸이 맞나 싶다
멍하니 돌아본 라헬은 에스더가 왜 뜨악하게 저를 보는 건지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니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넋이 나간 것 같다.라는 표현을 아마 이런 때 쓰는 걸까.
처음 보는 딸의 모습에 당황한 에스더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라헬의 앞으로 걸어와 소파 옆에 앉는다
"어쩐 일이야"
몇 주나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왜 여기 나타난 걸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에스더는 궁금하고 걱정돼 미칠 지경이지만
라헬은 마치 졸다가 깬 것처럼 잠시 간단한 에스더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양 마냥 느려진다
"... 잘 다녀오셨어요. 늦으셨네요"
엉뚱한 대답에 에스더는 덜컥 겁이 난다
그동안 라헬을 너무 내버려뒀던걸까
다른 집처럼 독립은 무슨 독립이냐며 끼고 살면서 통제했어야하는 걸까
저를 닮아서 늘 차가울정도로 똑부러지는 딸이 잘하겠거니 하고 너무 무심했던 걸까
그게 드디어 문제로 드러난 건가
"넌 여기서 뭘하고 있었냐니까"
급한 마음에 어조가 날카로워진다
공격적인 말투와 달리 걱정이 가득한 에스더의 눈을 마주하고서야
라헬은 겨우 정신이 돌아온 듯 흐렸던 눈빛이 또렷해지지만 여전히 제대로 말은 하지 않는다
"아..."
라헬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다
정말로 큰 일이라도 생긴 걸까
에스더는 급한 마음에 좀더 추궁을 하려다가 대신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선다
"자고 갈거지? 밥은? 목욕물 받아줘?"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선 에스더를 올려다보던 라헬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결심한 듯 에스더를 부른다
"엄마"
"응?"
"... 아빠랑 왜 결혼했어요?"
몇주만에 찾아와 하는 첫 질문으로는 도무지 그 근거를 찾을 수 없이 황당하다
에스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라헬을 내려다본다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단단하고 또렷한 의지가 에스더에게 답을 요구한다
"아빠랑 왜 결혼했어요? 왜 아빠였어?"
에스더는 잠시 라헬을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도로 자리에 앉는다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걸까.
이혼 전까지 꽤 큰 소리가 부부 사이에 오갔을 때도,
엄마와 아빠는 이제 헤어지기로 했다고 알렸을 때도,
... 심지어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흔들림이 없던 아이였다
'네 알겠어요'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인 적도 없었다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서운할 정도였다
왜 헤어지느냐고도 묻지 않았다
당연히 왜 결혼했느냐,는 질문은 한 적이 없다
지금껏 한번도, 제 아빠와 자신 사이에 어떤 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니 정말 궁금하지 않았을까?
그랬다고 한 들 적어도 그 말을 꺼내놓은 적은 없었다
에스더는 대체 무엇 때문에 라헬이 갑자기 십수년간 한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떠올린 것인지 궁금해하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저 평범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왜 결혼 했느냐니? 당연히 사랑해서지"
"... 사랑?"
듣지 못할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라헬은 저도 모르게 되풀이 한다
에스더는 그런 라헬의 반응에 미간을 찌푸린다
"얘 좀 봐, 너 엄마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니?"
"... 사랑, 했어요 아빨?"
라헬은 그럼에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저와 똑닮은 딸을 보며 에스더는 조금 아련해진다
어땠더라, 저 나이였을 때의 자신은.
사랑을 믿었던가 그런 건 없다고 생각했던가
이제와 돌이켜보니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때도 역시 사랑이었던 걸까
마음 속의 질문을 드러내는 대신 에스더는 그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사랑했으니까 했지. 니네 엄마가 어디 싫은 거 하는 사람이니?
그리고, 사랑 안 했으면 느이 아빠같은 사람 뭐 볼 거 있다고 결혼을 해
사람이 야심이 있길 해 수완이 좋길 해 그렇다고 돈이 많아, 거기다 재미도 없는 사람.
너 아빠가 농담했던 말에 진심으로 웃어본 적 한번이라도 있어? 없지? 솔직히 말해봐"
아련해지려던 찰나 독설에 가까운 지나치게 솔직한 평가에 라헬은 풋,하고 웃고 만다
꽤 오래 금기어였다 '아빠'라는 단어는.
그리고 정말로 재미없고 순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주목받는게 당연한 에스더와는 그리고 라헬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사람.
라헬은 문득 아빠가 외로웠을까. 하고 생각한다
너무 다른 아내와 딸 사이,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세계와 완전히 딴 판인 곳에서
아빠는 많이 외로웠을까, 그래서 그렇게 먼저 가버리고 만걸까.
라헬은 천천히 슬프게 고개를 꺾는다
"후회 안 해요?"
"...뭘?"
라헬과 같은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에스더는 한 발 느리게 대답한다
"아빠랑 결혼한거요"
"내가 왜?"
"... 결국.. 헤어졌잖아요"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에스더에게 조심스럽게 겨우 묻는다
정작 질문을 해놓고 죄스러운 듯 라헬은 살짝 어깨를 움츠린다
그런 모습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삐딱하게 보던 에스더는 역시나 삐딱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게 뭐? 내가 선택해서 한거고 끝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평균적으로는 그정도면 꽤 괜찮은 결혼 생활이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생겼잖니, 계산기 두드려보면 손해본 거 없는데, 난?"
낯간지러운지 입술을 비죽하면서도 자연스레 움츠렸던 어깨가 곧아진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잠잠하던 라헬은 이내 쭈뼛거리며 첫 말을 더듬는다
"아.. 아빠.. 어디가 좋았어요?"
에스더는 대답하는 대신 오늘따라 얘 참 이상하네, 하는 눈으로 라헬을 본다
제가 이상하게 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라헬은 다시 묻고 만다
"엄마가 그랬잖아요, 돈도 없고 수완도 야심도 없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근데 왜 아빠랑 결혼했어요? 그정도로 좋았어요 어디가? 아빠가 엄마한테 매달렸어요?"
"어휴, 그 사람이 그럴 주변머리나 있는 사람이니? 넌 어쩜 늬 아빨 너무 모른다 얘"
에스더는 말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그리고 눈이 동그래진 라헬에게 짐짓 잘난 척 하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그때 엄마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 줄 알아?
감히 나한테 말도 못 걸었어 니네 아빠. 엄마가 만난 남자들 중에 순위로 따지면 한 159위쯤 됐을걸"
"근데 왜...?"
"... 그래서."
에스더는 짧게 대답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먼 산을 본다
'그래서'라는 짧은 말에 담긴 의미를 다 파악하지 못한 라헬은 어리둥절해진다
한참 침묵하던 에스더는 뒤늦게야 의미를 덧붙인다
"별볼일도 없고 착해 빠져서 딱 굶어죽기 좋겠더라고.
내가 아니면 누가 구제해주나 싶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다
재호(찬영의 아버지)와 기어코 헤어지고 집안에서 마련해준 선 상대 목록에 구색으로 들어가있던 사람.
아마 정말로 그 선 상대 목록의 159위쯤에 있었을 사람이었다
평범한 집안보다야 조금 잘 살았겠지만 에스더의 집안에 비하면 기울었고 그나마도 막내아들.
야심도 욕심도 없어보이는 순한 사람이 왜 눈에 들어왔는지 지금도 잘 몰랐다
에스더보다 에스더가 가져올 재산에 더 관심이 많았던,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욕망의 사내들과 달리
깨끗한 눈을 가진 라헬의 아빠는 수줍은 듯 처음엔 감히 에스더 옆에 다가오지도 못했다
장난스럽게 놀려주려고 일부러 홱 다가서면 깜짝 놀란 듯 달아나는 게 꼭 토끼나 사슴 같은 초식 동물 같았다
그러면서도 마음만은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랬었다
에스더는 약간의 죄책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결국 내가 아니었지만"
예전 생각을 하는지 아련히 미소짓는 에스더를 울컥하는 듯 입술을 꼭 다물고 바라보던 라헬은
천천히 제 마음에 떠오른 아픈 말을 하고 만다
"그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거예요?"
라헬의 질문을 들은 에스더의 얼굴에 그때껏 잔잔히 떠올라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슬프게 저를 바라보고 있는 라헬과 천천히 눈을 마주한 에스더는 가만히 생각을 더듬더니 눈을 깜빡, 하고 고개를 젓는다
"...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달아서?"
:... 사랑보다 중요한 거?"
"살아보니까 눈에 들어오더라, 사랑만으로는 못 산다는 거. 그거 말고도 사는데 중요한 게 더 많다는 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달랐지만 그런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부부는 단 한가지만은 서로를 용납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단 한가지가 결국은 서로를 영원히 갈라놓고 말았다
돈. 권력. 지위. 그것을 뭐라고 부르던 간에.
에스더는 자신이 지켜왔던 세계가 부서지는 걸 보고 있을 생각이 전혀 없었고
라헬의 아빠는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에스더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에스더가 그걸 공격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약한 사람.
에스더는 천천히 라헬을 바라본다
자신을 훨씬 많이 닮은, 거의 쏙 빼닮은 라헬에게 그의 흔적이 어딘가 남아 있을까,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어떻게든 그 약한 근성,을 지워내려고 애썼다 라헬을 위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슬프게 일렁이는 라헬을 향해 에스더는 너무 늦은 사과를 한다
"네겐 미안하게 생각해, 늬 아빠도 그랬어 너에겐 미안하다고"
뒤늦은 사과에 고개를 저은 라헬은 이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엄마"
"응?"
가만히 부르는 라헬에게 아직 제 생각에 잠겨있던 에스더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만약에, 내가... 그때 엄마처럼 아빠같은 사람이랑 만나면, 어떻게 할거예요?"
역시나 딴 생각에 잠겨 있는지 꽤나 긴 문장이 기계적으로 들린다
처음엔 어색한 말투가 신경쓰여 이상하게 라헬을 바라보던 에스더는
그때야 생각이 미치는 바가 있는지 혼자 아! 하고 감탄사를 작게 내뱉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모두...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니? 누군데? 아니 왜? 설마 아빠 같은 사람이야? 어디가 아빠 같은데?"
무에가 그리 불안한지 몰아치는 에스더의 말을 고스란히 받으며 라헬은 어쩔 수 없이 효신을 떠올린다
단정한 입매와 정갈한 몸 움직임
언제나 챙 아래 감춰진 깊은 눈과 떨리는 손
어둠을 고백하던 순간 거칠어진 호흡과
끝끝내 냉정하게 이별을 고한 목소리를.
효신이라면 엄마의 리스트 몇번째쯤에 있을까
지금은 어쩌면 200위 밖일지도, 아니 아예 리스트에 올라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10위권 안에 들어올 수도 있던 사람이기도 했을테지만.
그 엄청난 간극에 라헬은 잠시 효신이 말했던 '나를 누구라고 말할 건데?'라는 질문의 무게에 뒤늦게 짓눌려 휘청거린다
어디 하나 아빠와는 닮지 않았다
그런데도 겹쳐지는 건 왜일까
그 뒷모습이 외롭기 때문일까
라헬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만약에, 만약에 그런다면요"
에스더는 여전히 의문이 다 풀리지 않은 미심쩍은 얼굴로 라헬을 살피다
아무런 실마리도 찾아내지 못하자 내키지 않는 듯 대답한다
"만약에라도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뭐, 당연한거 아니니?"
"....?"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방해할거야"
"하?"
결의에 찬 에스더의 말에 라헬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만다
그런 라헬에게 에스더는 다짐하듯 또박또박 힘주어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알았어?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방해할거니까 아예 꿈도 꾸지마, 너!"
"엄마!"
뒤늦게 어이없다는 듯 외치는 라헬을 향해 고개를 갸우뚱 외로 꼬아본다
"왜? 나는 그랬는데 왜 넌 안되냐고?"
굳이 긍정하지는 않지만 잔뜩 불만스런 표정이 대답을 대신한다
에스더는 짐짓 우아하게 머리를 한번 털고는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든다
"억울하면 니가 내 엄마 하든가"
"...."
"너 내가 늬 아빠랑 결혼할 때 니네 외할아버지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줄 알아?
그런 게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는 거야, 내가 지금껏 한 건 경고에 불과해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도끼눈 뜨고 그러지 마라, 너어?"
"... 엄만 그러고도 결혼 했잖아요"
결국 부루퉁한 목소리로 항변하고 만다
에스더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까딱 한다
"그래서 헤어졌잖아, 넌 엄마 하는 거 보고도 그걸 또 할 생각이 드니?
내가 늬이 아빠랑 결혼한다 그랬을 때 니네 외할아버지가 그러셨다?
사랑? 그거 삼년이면 끝나니까 더 중요한 걸 보라고.
근데 그게 무슨 말인지 깨닫는데 너무 오래 걸린거지, 세상에, 십오년이라니.
그러니까 넌 굳이 그런 낭비 하지 말란 말이야, 엄마 말 듣고"
단호한 에스더의 말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라헬은 대답 없이 혼자 머리를 흔든다
"알겠어?"
다시 한번 다짐하는 에스더가 들리지 않는 듯 혼자 한숨을 폭 내쉬고
뭔가 중얼거리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라헬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겨우 묻는다
"... 만약에... 그래도 한다면요"
"응?"
"... 만약에, 엄마 말 듣고도, 그러고도 엄마랑 똑같이 그렇게 한다면요?"
마음을 굳혔는지 제법 도전적인 어조다
에스더는 황당한 표정으로 라헬을 바라보면서
어린아이로 생각했던 딸이 언제 어른의 얼굴을 하게 되었을까, 새삼 놀란다
".. 어쩌긴 뭘 어째, 역시 내 딸이구나 하겠지"
한참만에 에스더는 영 내키지 않는 얼굴로 퉁명스레 대답한다
"그런 건 좀 안 닮아도 좋으련만"
혼자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에스더의 말에도 라헬의 표정은 오히려 조금 밝아진다
에스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날 닮아서 그렇다는 게 통할거라고 생각하진 마? 너 내가 분명히 경고했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할 거라고.. 그러니 괜히 엄마가 나서기 전에 시작도 하지마, 알겠어?"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면요?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어도... 사랑을 지킨다면요?
끝까지, 어떤 방해에도 엄마 뜻대로 하지 않는다면요?"
정면으로 응시해오는 라헬을 마주한다
시선을 피하지 않는 라헬의 빛나는 얼굴에 에스더는 왜인지 서글퍼진다
의외로 큰 말썽없이 자라준 아이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가업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고 누구보다 착실히 사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어릴 적부터 해와서
비슷한 또래의 2-3세 경영후계자 중에서는 꽤 앞서나가고 있다고 해도 결코 딸이기 때문에 과하게 평가한다고 만은 할 수 없을 정도다
핑계를 대자면 얼마든지 삐뚤어질 수 있는 환경을 혼자서 견디게 한 것에 대해서는 에스더도 늘 미안했지만, 달리 방법은 없었다
그런 중에도 라헬은 모두 자신의 운명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결국은 따라와줬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하는 것,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라헬의 까칠하고 지나치게 정확한 성격을 힘들어하는 것 같았지만
그정도는 누군가의 위에 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정확성과 결벽이라는 덕목으로 여겼다
때로 지친 듯이 보였어도 그것조차 드러내지 않고 혼자 감내하는 아이였다
한번도 에스더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는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
처음으로
자신이 뜻을 거스르다못해 뛰어넘으면 어쩌겠느냐 묻는다
에스더는 잠시 망설인다
자신은 이미 지금 라헬이 살고 있는 그 시간을 지나왔다
그 시간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질지 알고 있다
또한 차가워보이는 라헬의 안에 어떤 뜨거움이 넘실거리는지도 알고 있다
그건 자신이 물려준 것이니까
저런 눈빛의 의미를, 그리고 무엇이 저런 눈빛을 하게 하는 건지, 자신도 그래봤으므로, 잘 안다
그러나 너의 그 열망이 모두 소용없다고 말해야할까.
에스더의 아버지는 그랬다
그런 건 금새 꺼져버린다고 에스더에게 경고했고
실제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불꽃은 힘을 잃었다
그러나.
에스더는 벅찬 듯 잠깐 눈을 감았다 뜬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더니 이번엔 찬찬히 라헬을 관찰한다
으례 에스더가 중요한 선언을 하기 전에 취하는 제스쳐였다
라헬은 에스더의 눈을 피하는 대신 당당하게 시선을 되받는다
그 모습에 에스더는 속으로 조금 웃는다
그래, 이래야 내 딸이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일부러 차갑고 느릿하게 조금 전 라헬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 한다
마치 한번도 그런 가능성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라헬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안 후에도 포기하지 않으면요 끝내 엄마 뜻대로는 되지 않으면,"
이 확신은 어디에서 왔을까.
에스더는 문득 이 눈빛을 어디선가 마주한 적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아무리 다가서도 도망치기만 했던 라헬의 아빠가 마지막 순간 자신을 마침내 붙잡으면서 보여준 눈빛.
어떤 것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접지 않겠다는 그 강한 의지.
이 순한 사람의 어디에 이런 강함이 숨어 있었던 것인가,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똑같은 눈빛을 한 라헬을 마주하고 에스더는 오래 잊고 있던 그 이름을 떠올린다
".... 그러면 ... 더이상 엄마 딸이 아닌가요?"
에스더가 과거의 기억에 잠겨 침묵하는 새 길어지는 묵음에 어쩔 수 없이 라헬의 두려움이 드러난다
내내 자신만만해보이던 라헬은 끝이 떨리는 목소리로 차마 먼저하지 않으려 했던 말을 꺼낸다
에스더는 그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만다
"대체... 누가 그런 소릴 해?"
라헬은 침묵한다
대체 어디에서 그런 생각을 갖게된 걸까
자신의 뜻을 거스른다고 해서 자신이 라헬을 거부할거라고 생각하다니
에스더는 라헬이 진심으로 묻는 건지 묻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라헬은 제가 꺼낸 말에 오히려 놀란 듯, 조심스럽게 에스더의 기색을 살핀다
에스더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내 딸이 아니라니.. 네가.."
라헬은 입을 굳게 다문다
에스더는 그런 딸이 왜 인지 안쓰럽다
자신은? 그때 자신도 이런 질문을 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건 이미 아주 오래 전 일이다
가만히 마주한 라헬의 파리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내리깐 눈은 순종적으로 보이지만 꼭 다문 입매는 그보다 몇 배는 고집스럽다
누구도, 저 아이를, 꺾을 수는 없을 게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누구도 자신의 뜻을 꺾지는 못했듯이.
에스더는 한숨 쉬듯 웃는다
"누가 그러면 널더러 내 딸이 아니래? 오히려 청출어람이라고 해야지"
라헬은 놀란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제야 에스더를 바라본다
자신이 들은 말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한 듯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딸을 보며 에스더는 장난스럽게 한쪽 눈을 찡긋한다
"그래,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이미 말했지만 나는 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을 거야, 농담 아니다?
어디 한 번 뛰어넘어봐, 기대하고 있을테니까. 근데 너 상대는 있는 거야? 진짜 누구 있니?"
에스더의 말을 들으면 조금씩 안심한 듯 미소를 띄우던 라헬의 표정이 한순간에 흐려진다
딸의 마음을 이렇게 단숨에 흔들어놓은 녀석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아니다 그것보다!
"뭐야!? 너 지금 설마 너 싫다는 놈한테 매달리는 거야? 그건 아니지?"
"엄마"
"너어 여자가 그렇게 막 함부로 마음 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 비싸게 굴어야지! 뭘 보고 배운거야?"
"엄마아."
자신의 딸이 혹시나 꼴같잖은 보답없는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싶어
화르륵 분노하는 에스더를 라헬은 차분히 멈춰세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삐죽거리는 에스더에게 라헬은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한다
"대체 아빠가 엄마한테 말도 못 걸고 무서워했다면서, 어떻게 결혼한거예요 근데?"
"얘! 늬 아빠가 나 무서워했다고 누가 그래? 그건 아니다 너어, 그거 오해야"
"... 그건 아니라고 치고 그럼, 하여간요"
누가 봐도 오해가 아닌 사실인 것처럼 펄쩍 뛰며 부정하는 에스더가
슬그머니 질문의 의도에서 벗어날 낌새가 보이자 라헬은 얼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동의한다
에스더는 기어코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꼭 짚어내는 라헬을 보며
잠깐 고민하는 듯 머리를 흔들더니 입술을 삐죽 못마땅하게 내민다
"... 내가 뭐라 그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랬지?"
"... 그러니까 엄마,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엉뚱하게 조금 전에 했던 말만 되풀이하는 에스더의 눈빛이 불만스런 표정과 달리 장난스럽게 반짝 빛났다 사라진다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한 도전적인 시선에서 라헬은 그제야 에스더가
제대로는 말해주고 싶지 않은 사실을 읽어내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조금 웃고 만다
웃는 라헬을 발견한 에스더는 살짝 얼굴을 찡그린다
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들켰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딸에 대한 대견한 마음을 감추려는 반작용일까
어느 쪽이든 라헬은 에스더가 조금 귀엽다,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자신을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대신 온전한 어른으로 인정해준 에스더에게
오히려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기분을 누르면서 라헬은 당당하게 고개를 숙여보인다
"네, 저도 제 모든 힘과 방법을 동원할거예요, 기대하세요 엄마."
=
쾅!
가차없이 큰 소리를 내며 문이 활짝 열린다
누군지 차라리 부술 것이지, 라고 생각한다
석식 미팅을 위해 옷을 갈아입던 중이라 채 반쯤 벗은 채인 셔츠 자락을 여미면서
집무실 한 켠의 옷장 문 너머로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내민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어?!"
활짝 열린 문 앞에 감히 니가? 라는 듯 삐딱하게 노려보는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치고 하던 말을 멈칫한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지금 나가셔야해서 못 만나신다고 말씀드렸는데.."
뒤늦게 따라들어온 비서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어떻게든 '불청객'을 밖으로 내보려내려고 애쓴다
아마 지금 비서의 머릿 속에는 자신이 지시한 건을 어기면 어김없이 불같이 화를 내는 본인 대표에 대한 두려움만 가득하겠지만...
아니지, 그런다고 나갈 위인이.
옆에서 뭐라고 하든 말든, 끌어내려고 붙들 건 말건
아무 것에도 영향받지 않는다는 듯 꼿꼿이 선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렇게 쉽게 나갈 인물이면 어디 저렇게 과격하게 문을 열어제꼈겠는가 말이다
그나저나 대체 여긴 무슨 일일까.
그렇게 얽히는 걸 싫어했으면서 제 발로. 여기까지.
불쾌감보다 호기심이 이긴다
아니 언제나 저 인물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먼저였다
재빠르게 일단 셔츠 단추를 대강 채우고 옷장 문을 닫고 나서서 비서에게 손짓한다
"두세요, 만나야할 분 같으니까"
"... 네? .... 네"
그때껏 바위처럼 요동도 없는 인물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비서는 어리둥절한 채 물러선다
쥐여있던 손목 끝을 탁,하고 결벽스럽게 털어낸 '불청객'은 또각거리는 딱딱한 굽소리를 울리며
순식간에 집무실에 자신의 존재감을 채우고 중앙의 소파에 도도하게 내려앉는다
하!
자신의 공간인 듯 태연한 태도에 고개를 내젓고 만다
이런 식으로 하시겠다.
일단 당황해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서 있던 비서에게 손짓해서 부른다
"나가보세요, 그리고 차는 오 분 후에 대기하라고"
"십 분"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자르고 들어온다
"내 이야기 듣는데 오 분, 그 후에 준비하고 내려갈 시간 필요할 테니 총 십 분."
"유라헬, 너!"
"십 분"
지나치게 강요하는 느낌에 한번 발끈해보지만
더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단호한 어조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서에게 고쳐말한다
"십 분 후에 대기하라고 하세요"
".... 네 대표님"
"나가보세요"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힐끔거리는 눈초리를 감추지 못하는 비서가
겨우 집무실을 빠져나가고 열릴 때와 달리 지나치게 고요하게 문이 닫힌다
대체 밖에서 어떻게 소문이 나고 있을지, 볼 만 하겠구만.
어차피 저 고고한 인물께서는 관심도 없으실게다
괜히 신경써봐야 저만 손해다
제 처지가 어쩐지 한심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옷장으로 돌아가 다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한 손으로 아까 마구 채워둔 셔츠 단추를 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다려놓은 와이셔츠와 어울릴 타이를 찾으며
건성으로 안부를 묻는다
"요즘 방문이 잦다? 어쩐 일이야? 잘 지냈지?"
"우리가 안부 주고 받을 사이였나?"
"이거 또 왜 이래 섭섭하게, 우리가 안부 정도는 주고받아도 되는 사이잖아, 안 그...야!"
마침내 타이를 고르고 실실 웃으며 돌아보다가
저를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뚫어지게 보고 있는 라헬과 눈이 마주치고 기겁한다
"야! 넌 무슨 여자애가, 남 옷 갈아 입는데, 고개 돌려, 훠이!"
셔츠를 갈아입던 중이라 반쯤 벗은 상태인데도 아랑곳 않고 있던 라헬은
오히려 그 소스라치는 반응이 우습다는 듯이 핏,하고 코웃음을 친다
"새삼스럽게 내외는, 니가 런던 내 아파트에서 벌인 짓은 기억 안 나나 보지?
그때 봤던 거 비하면 윗몸 정도야 뭐 그렇게 대단한거라고 난리야"
"아... 그때야 뭐... 우리 시스터가 또 기억력 하나는 끝내줘요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냐?"
언제 당황했냐는 듯 능글능글하게 넘어가려는 태도에 라헬은 못마땅하게 고개를 꺾는다
"보통은 못 잊지 내 집에서 남의 애정행각을 정면으로 목격하는 거
그리고 내가 분명히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경고했지,
내가 왜 니 시스터야, 우리 가족 아닌 거 잊었어 최영도?"
날카로운 반응에 영도는 마지막 셔츠 단추를 채우고 넥타이를 매면서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뭘 또 그런 거 가지고 그르냐, 섭섭하게. 한번 시스터면 영원히 시스터지 안 그래?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갑자기 들이닥치셨을까 우리 계산 똑 부러지는 시스터가?
이렇게 갑자기 시간 내는 거 나 엄청 봐 준 거 알지?"
영도의 말이 우습지도 않다는 듯 라헬은 아예 대 놓고 콧방귀를 뀐다
"하, 뭐가 엄청 봐준건데? 남의 집 들이닥쳐서 애인 숨겨놓고 애정행각하다 들키고
근게 거기다가 알리바이 제공까지 하는 것 정도는 봐줘야 엄청 봐 준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오케이, 오케이, 내가 졌다 졌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
영도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항복했다는 듯 두 손을 펼쳐보이며 라헬의 앞에 앉는다
공식적으로야 남남인 사이였지만 영도는 제우스와 RS 간 거대한 인수합병이 될 뻔한 결혼이 무산된 후에도
라헬을 (라헬은 진저리치며 싫어한 호칭인) 시스터라고 부르면서 종종 연락해왔다
사실 바쁜 걸로 치면 어린 나이에 바로 대표직을 물려받아서 경영에 뛰어들어야 했던 영도가
유학중이던 라헬의 몇배는 더 정신이 없었단게 맞지만 연락은 언제나 영도가 먼저였다
시스터,라는 같잖은 호칭으로 능글능글하게 엉겨붙는 영도가
사실은 저처럼 어딘가 숨쉴 구멍이 필요할 거라는 사실은, 라헬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지간해서 틱틱거리면서도 영도의 영양가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연락을 받아주는 정도는 할 수 있지, 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더 엄청난 일들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그러니까 라헬이 런던에 유학하던 시절에 갑작스럽게 런던에 들이닥친 영도가
자신은 지금 공식적으로 런던 출장중이라면서 다짜고짜 자신의 애인을 라헬의 집에 맡긴 것이 시작이었다
제우스의 경영 정상화 까지 어떤 스캔들에도 휘말리면 안 된다면서 사정사정을 하는 통에
한번도 누군가와 같이 공간을 나눠써본적이 없는 라헬이었는데도, 기껏 허락을 해줬는데
그새를 못 참고 라헬이 수업에 다녀오는 동안 애정행각을 하다가 19금 거의 반 누드인 채로 딱 걸린게 두어번.
게다가 당장 나가!를 외치는 라헬에게 어떤 조건이어도 다 들어줄테니 방패막이가 되어달라고 사정했던게 또 두어번.
어차피 이 동네 소문 빠른거, 빠른 확산 만큼이나 빨리 사라지는 거,
하지만 그 소문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기업 주가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체험적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라헬은 제 이름을 빌려주어 영도와 영도의 애인의 신상을 지켜주는 것에 협조했다
영도와 얽힌 소문에 에스더가 한 일주일정도 라헬에게 절대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전화로 단속했던 것은 물론이고
꽤나 소문으로 한동안 불편했을텐데도 라헬은 이런 식으로 절대 우위를 점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면 영도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영원히 그 빚을 지렛대 삼아 영도를 좌지우지할 것 같던 라헬은 얼마 전 드디어 그 빚의 일부를 되찾아갔다
그러고서 고작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갑자기 이렇게 직접 집무실에게까지 들이닥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라헬의 용건을 기다리는 영도가 부담스러운 듯
살짝 시선을 피했던 라헬은 큼,하고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도도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예의 그 거래 조건을 말한다
"플랜비, 실행해줘야겠어"
"허?"
영도는 라헬이 자신과 결혼하자고 청하기라도 한 것처럼 믿을 수 없다는 듯 멍청한 표정으로 라헬을 바라본다
그런 영도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라헬은 미간을 찌푸린다
"니가 하자고 했던 거잖아 원래, 이제 와서 싫다는 건 아니지?"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아직 나한테 빚도 남아 있어, 기억 안나?"
"... 허.... 플랜비라고... 허...."
믿을 수 없다는 듯 같은 말을 몇번이나 반복하면서 혼자 납득해보려고 애쓰던 영도는 번쩍하고 라헬을 똑바로 바라본다
"뭐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아무 일도 아니야"
라헬은 애써 태연하게 시선을 피한다
그런 라헬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영도는 금새 알아차린 듯 헉,하고 짧게 숨을 들이쉰다
"지난번에 김탄 전화번호,"
그 말에 라헬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움찔한다
"김탄 전화번호 달라고 했던 거랑 관련 있는거야? 그래?"
"... 아니야 그런거"
결정적인 순간에는 거짓말이 서툴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리고 마는 라헬을 보면서
알아차린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영도는 대체 김탄과 플랜비와 유라헬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탄과 유라헬 사이에 무엇이 있을 수는 없는데
인과관계와 지금의 반응을 따져볼 때 둘 사이에 무엇이 있는게 분명하고...
"그럼 김탄 전화번호는 왜 필요했던 건데?"
정공법으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자, 이번엔 우회로를 택해본다
이번에도 라헬은 수상쩍게 망설인다
"그건 왜 알고 싶은 건데, 너랑 상관없잖아 내가 김탄 전화번호로 뭘 하든"
이상하게 공격적인 말투에 호기심이 줄어들기는 커녕 커지니 문제다
영도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느릿하게 대꾸한다
"뭐, 그럼 플랜비의 댓가라고 해두지, 내가 김탄한테 직접 물어봐도 상관없지만
그러면 시스터 뒤통수 맞는 거 같을 거 아냐"
이상하게 김탄에게 직접 묻겠다,라고 하자 라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정을 되찾는다
어라? 이거 진짜 뭐 있는데?
영도는 속으로 그냥 한 번 건드려본 벌집이 어째 보물섬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든다
"빚, 돌려받았을 뿐이야"
"하?"
이건 또 지난 몇년간 들어본 농담 중에 제일 황당한 종류인가 싶다
얼빠진 사람처럼 턱을 쭉 빼고 쳐다보는 영도를 한심한 듯 차갑게 바라본 라헬은
고개를 절레 젓고는 쯧,하고 영도를 현실로 불러낸다
"그래서 할거야 말거야? 니가 먼저 말했던 거니까 못 한다고는 안 하겠지? 어차피 그때 남순씨도 동의한 거라고 했잖아"
마지막 이름을 이야기 할 때쯤에야 어조가 순간 따뜻해진다
영도도 그 이름을 듣고야 정신을 차린다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턱을 치켜들고 대답을 요구하는 오만한 얼굴을 보면서 생각한다
김탄이 유라헬에게 어떤 조건도 거절할 수 없는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유라헬이 절대로 그 빚을 갚도록 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모두의 확신이 담긴 추측이었다.
빚은 갚지 않고 쥐고 있을 때 가장 강력한 족쇄인 법이니까
그런데 그 빚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그것도 유라헬이 김탄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그 기회를 주었다고?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적어도 근 몇 년 간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할지도 모르는 일이.
"할거야 말거야?"
".... 해야지, 하고 말고 누구 부탁인데"
묘한 표정으로 빤히 라헬을 바라보던 영도는 한참 후에야 본심을 감추고 싱긋 웃는다
그 가짜 미소가 진저리가 난다는 듯 라헬을 못마땅하게 머리를 흔든다
"착각하지마. 이거 부탁 아니야, 니가 전에 나에게 진 빚, 그 중에 일부 돌려받는 것 뿐이야"
세상에, 슬쩍 한번 묻어가보려고 했더니만 부탁이 아니라 빚이라고 짚어내는 건 물론이고, 그것도 일부를 돌려받는 것 뿐이라니.
아무리 제가 큰 빚을 졌고 그때마다 라헬이 요구하는 건 뭐든 들어주는 조건을 걸었기로서니...
이건 자신에게도 부담이 큰 일인데.
냉정하게 구분하는 라헬의 말에 영도는 짧게 휘파람을 뿐다
"휘유, 유라헬 장난 아닌데, 이자가 너무 쎈 거 아니야?"
"Of course, I learned from the best"
차가운 대꾸에 영도의 눈이 살풋 가늘어진다
아무래도 아까운 여자다
김탄에게든 또는 또다른 제 3의 인물이든
지금부터 벌어질 사건의 밖에 완전히 밀려난 채 존재하게될 주인공이 누구이든 간에.
"인정해주셔서 감사"
"별로"
우아하게 인사하는 영도에게 건조하게 대강 대꾸한 라헬은 그제야 시계를 확인한다
"오분, 됐네. 그럼 됐지?"
"유라헬, 혹시 진짜 할 생각은 없어?"
할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는 라헬에게 영도가 진지하게 묻는다
무슨 말이냐는 듯 라헬은 한쪽 눈썹을 불편한 듯 치켜올린다
"플랜비,가 아니고 진짜로 할 생각 없냐고"
".... 말이 돼?"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영도를 쳐다보던 라헬이 흥미없는 목소리로 완곡하게 거절한다
영도는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어느 쪽도 손해보는 비즈니스 아니잖아. 나도 너도. 어때? 제우스 대 RS의 M&A, 다시 한번 추진해보는 건"
"... 난 관심없어. 그리고 너도 나한테 진짜 관심있는 건 아니잖아"
"관심 있는데?"
살짝 장난기가 섞인 영도의 즉각적인 대답에 라헬은 약간 놀란 듯 눈을 찌푸린다
의구심 가득하게 탐색하는 라헬의 반응에 영도는 피식 웃는다
"이 정도의 빠른 상황판단력에, 냉철한 분석력, 게다가"
"미친 놈"
"상대를 가리지 않는 배포에 싸가지 없는 말버릇까지, 딱 좋아. 이정도는 되어야 이 최영도에게 어울리지"
실실 웃어보이는 영도가 진저리가 난다는 듯 라헬은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홱 돌아서서 걸어나가다가 아무래도 못 참겠다는 듯 영도를 향해 쏘아붙인다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이야, 협조 안 할 거면 집어치워"
사람 셋은 얼려죽이고도 남을 만한 라헬의 차가운 눈빛에 겁먹은 듯이 영도는 어이쿠, 하고 몸을 움츠린다
"알았어, 알았어, 걱정마"
영도는 본심을 감추고 생글생글하는 가짜 미소를 띄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영도를 한번 노려본 라헬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휙,하고 돌아선다
"잘가, 시스터,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
지나치게 발랄한 영도의 목소리가 배웅하자 안그래도 빠른 라헬의 걸음걸이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급해진다
순식간에 집무실을 가로질러간 라헬은 들어올 때만큼 세게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그제야 그때까지 라헬의 뒤통수에 대고 발랄하게 흔들고 있던 손을 내린 영도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잠깐 심각해지더니 금새 신난다는 듯 싱긋 하고 웃는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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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고쳐쓰고 싶어질게 분명..하지만.. (한번만에 써서 퇴고 안하고 올리는 거라..) 그래도 오늘~내일 아무래도 접속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 올리고 가... 이상하다 생각되는 내용이 있다면 부디.. 이해해줘 ㅠㅠ
상속자들에 참 이상한 사람들/부모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에스더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아마 좀더 자세하게 그려줬더라면 굉장히 멋있었을것 같아... 나름대로 반성하는 어른이었으니까.. 그리고 아마 열정적인 사람이었을거고.. 그래서 라헬의 각성과 연관지어서 에스더를 조금 길게 써봤어 아마 라헬의 많은 부분은 에스더로 부터였겠지
부족한 글 읽어주는 냔들 고마워, 댓글 보면서 노력하고 있어 ㅠㅠ
| 난 본방보면서 에스더가 참 미웠는데 말이지. 근데 멋지긴 했어. 멋진여자야. 근데, 저 멋진여자는 사랑하면 상대방은 불행하겠다 싶었어. 자신도 아프고 상처받았겠지만. 어쨌거나말이지. ㅋ 그나저나, 그 멋진여자보다 더 멋진여자, 상대방도 자신도 다 사랑주고받고 (에스더도 그런 사랑을 했지만ㅋ) 그랬으면 좋겠다 ㅋㅋ 그리고, 영도랑 남순이까지 ㅋㅋㅋㅋ 좋다, 냔아 ㅋㅋㅋ 오늘도 잘 읽었어ㅠㅠㅠㅠ 또 기다리고 있을게ㅠ ㅋ | .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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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냔 글에서 라헬이랑 에스더 관계 되게 좋다 ㅎㅎ 최영도는 여전히 은상이 거였으면 좋겠긴 하지만 ㅋㅋ | .2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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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아. 반성하는 어른. 에스더 얘기도 더 듣고 싶었는데, 드라마 속의 캐릭터가 너무 많았어...
아, 플랜비 내용 대충은 알 것도 같은데 라헬이 뭐하려는 걸까 궁금 ㅠㅠ 창작방에 가끔 들르는 유일한 이유야. 꾸준히 연재해줘서 고마워! | .1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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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브라더 언제 등장하나 했는데...드디어 최영도가 나오네. 플랜비라... 효신이가 격렬하게 반응해주면 좋겠다. 열심히 읽고 있어, 냔아. 고마워어~~~~ | .1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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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더와 라헬의 생각과 대사.. 왜 좋은데 눈물이 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때문에 모녀사이가 츤츤이냐ㅠㅠㅠㅠㅠㅠ | .2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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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도가 필요해!!! 라고, 지난 이야기 끝에 속으로 부르짖었었는데, 이미 라헬이가 빚 일부를 돌려받았었군. 난 영도가 숨긴 애인이 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ㅇㅇ 남순이었구낰ㅋㅋㅋ 그럼 흥수는? ㅋㅋㅋㅋㅋ
라헬이가 에스더에게 끝없이,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엄마의 뜻을 거역하면.. 을 묻는 이유는, 효신의 부모 같은 사람이 저 세계에도 흔하지는 않아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정말 우리 엄마도 그런 사람이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한 스푼 있었겠지.
플랜비는 척 척 척인 거야? ^^ 라헬아, 온 힘을 다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겠다는 너의 용기를 응원한다. 꼭 이겨라. | .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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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도의 숨겨둔 애인이 은상이 아닌것에 살짝 놀랐지만 ㅡㅜㅋㅋㅋ 잘봤어 냔아~~ㅋㅋㅋ | .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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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잘 읽었어 에스더 영도 나오니까 신선하고 반갑다 | .1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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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ㅠㅠ에스더가 멋있는 엄마인 부분도 있다는거. 드라마를 보면서 나만 느낀게 아니라서 좋았어ㅠㅠ 영도만큼 나도 뒷얘기를 기대하고있음^*^ | .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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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와줘서 땡큐^^ 읽다보면 단어가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고 감정이 잘 드러나서 이미지가 선명하게 잡혀~~ 싸랑한데이^^ 담편도 빨리~~ 기다리고 있을께^^ | .8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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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리 왔네 우리 냔이~ 움직이는 라헬이가 난 맘에 들어*_* | .2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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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도 애인이 누군가 했더니 남순ㅋㅋㅋㅋㅋㅋ 아 흥미진진하다 완전 재미져!!!ㅋㅋㅋㅋ | .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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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왔다!!!!!!!!!!!!!!!!!!!!!!너무 고마워 냔아 ㅠㅠㅠㅠ | .2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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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헬이 멋져. 뭔가 긴박하게 돌아가는거 같아서 흥분돼!!!!ㅎㅎㅎㅎㅎ | .7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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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앗 냔아 돌아왔구나! 에스더는 딸을 버릴 생각을 해본 적 없는데, 효신이네는 참 매몰차구나... | .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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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릴 때 어지간히 정신이 없었나보다.. BGM 생각했던 것도 빼먹고..
덧붙이자면.. 은상이가 아닌 이유는 1) 김탄도 무시한 라헬이 영도라고 해도 은상일 경우 집에 재워줄리가 없고 2) 은상이라면 영도가 영국까지 와야할 이유가 없고 3) 영도에게 치명적인 스캔들일리가 없으며 4) (이게 제일 큰 이유지만) 내가 은상이 별로 안 좋아해서;; | .7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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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7편이 나왔구나!!!!! 역시나 존잼bb 라헬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하다!!!! |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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