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you - pretty (2k)

[학교2013][이경x경민] 예쁘잖아.2 (그건 너 확장판)

april_m 2013. 2. 24. 15:30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경민은 팔짱을 끼고 싶은 걸 꾹 참고 
괜히 앞에 놓인 스파게티만 몇번이나 다시 돌돌 말면서 
못마땅하게 앞에 앉은 이경을 슬쩍 바라본다 

넉살이 좋은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 어? 점심 먹을 거예요? 나도 지금 배고파서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합석 좀 해도 되나? 

어느새 자연스럽게 의자를 하나 더 끌어와서 앉은 이경이 
경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찬경에게 눈을 맞추며 물었고 
아무리 그래도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싶어서 

- 나야 괜찮지만 경민씨가.. 

라고 찬경이 완곡하게 거절하자 
그제야 경민을 바라보면서 

- 오랜만에 본 건데 밥이나 같이 먹자 그때 얘기도 별로 못했잖아 괜찮지? 

라고 물어오는 바람에 거절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 상태이다 
이제부터 잘해보려고 했던 새로운 남자와 옛 남친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 경민의 상황.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여기에 나타난 건가 싶어서 음식을 어디로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 식욕이 하나도 없다 
경민은 깨작거리면서 앞에 놓인 접시를 뒤적이던 포크마저 내려놓는다 

- 경민씨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 

이경과 대화를 나누던 찬경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 아녜요 음식 맛있어요 방금 커피 마시고 나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식욕이 없네요 
- 그나저나 진짜 신기하네요 이경이랑 경민씨가 학교 동창이라니 

그랬다 
경민에게 아는 척을 하는 이경과 그대로 굳어버린 경민을 보고 
둘이 원래 아는 사이냐, 찬경이 물었고 
이경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내놓은 대답이 그거였다 

- 알고보니까 우리 고등학교 동창이더라고 그날은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못 알아봤는데 
집에 가서 이름이 익숙해서 생각해보니까 딱 이더라 우리 그때 좀 친했거든 그치? 

친하긴! 누가 누구랑! 

라고 당장이라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 그랬구나 하고 납득하는 찬경을 보니 여기서 아니라고 했다가는 
대체 그 다음은 무슨 말로 수습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제 무덤을 제가 팠지 싶어서 정말 허벅지를 포크로 찔러버리고 싶다 
대체 이이경은 언제 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걸까 
경민은 복잡해진 머리속을 감추려고 애써 다시 웃어보인다 

- 아, 이 음악 좋은데 
- 형은 맨날 이런 거 듣더라 
- 니가 너무 음악을 안 듣는 거야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거든요 
- 경민씨는 어때요? 음악 좋아하세요? 

배경음악으로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것 같은 노래가 나온다 
이거.... 아... 작년엔가 방송했던 모 드라마에 배경음악으로 나왔던 곡이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자신이 애정했던 아이돌 멤버가 조연으로 출연한 까닭에 
드라마를 하도 돌려봐서 노래는 익숙하다 
썩 나쁘진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 네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 이봐 역시 음악 좀 듣는 사람들은 다르다니까? 이경이 니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경민씨 어떤 음악 좋아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 아.. 많이 듣는 건 아니어서 잘 몰라요 요즘은 재즈 들어보려고 공부중이예요 
- 그래서 이 노래 아시는구나 완전 스탠다드 쪽 듣는 중이예요? 
저는 쿨재즈 좋아해요 그래도 스탠다드는 스탠다드인 이유가 있죠 

.... 사실 이 노래가 재즈인 것도 몰랐다... 

- 그럼 음악 듣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 네 그렇죠 뭐.. 원래 발라드 좋아해서 예전 노래들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여러가지 들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 언제 콘서트 같이 보러가요 
- 네 좋죠 

겨우 제대로 된 대화를 하게 된 것 같아서 안심하고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돌리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딱 벌리고 이경이 쳐다보고 있다 
찬경이 고개를 돌려 이경의 표정을 보지 못한 게 다행이다 

뭐! 





하! 
뭐? 재즈? 발라드? 

이경은 좀전부터 찬경과 경민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어이없다 
아, 물론 7년이란 세월이 길다는 건 안다 
그 시간 동안 취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겠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재즈에 발라드는 너무 확 다르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 그 자식이 이름이 뭐였더라.... 

- 너 엘 좋아하지 않았었냐? 

한번 당해봐라 싶어서 
뇌를 풀 가동 시켜 기어이 '그' 이름을 찾아냈다 

- 엘이 누군데? 

의아해하는 찬경과 의기양양해하는 이경을 보며 
경민이 순간 움츠러들었다가 금새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넘어갈 줄 알았나본데 
나는 더이상 네 말 한마디에 흔들리던 스무살이 아니야 

- 그게 언제적 얘긴데.. 고등학교 때 잠깐 아이돌 좋아한 적 있었거든요 그땐 다들 한번씩 그러잖아요 

분명 한 둘이 아니었는데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그걸 다 꺼내놓는 것도 구차한 것 같아서 
이경은 실패한 공격을 접는다 

고등학교때 잠깐, 같은 소리 한다 
동급최강 외모라면서 휴대폰 배경 화면을 도배한 건 물론이거니와 
콘서트 티켓 예매 때 티켓 구해내라고 PC 방에 감금한 것도 모자라서 
거기다.... 그래.... 

잊고 있었던 기억이 나서 울컥한다 

그 콘서트 날이 분명 뭔가 중요한 날이었다 
그게 백일이었는지 제 생일이었는지 아니면 경민의 생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제가 그날을 위해서 꽤 오래 알바한 돈을 모았던 건 기억난다 
그리고 그날 결국 얼마나 심하게 싸웠던가도 

콘서트가 끝나고서야 발개진 얼굴로 나타나서는 
지금이라도 왔잖아 라는 말에 얼마나 화가 났던가 
저가 아닌 다른 남자를 향해 있는 듯한 홍조와 반짝거리는 눈에 
대체 저는 무엇을 위해 노력했고 기다렸는지, 싶어져서 
앵콜 안 듣고 먼저 나왔다고 하는 말이 생색이라도 내는 것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경민을 기다렸던만큼 경민이 미워서 다 갈아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름대로는 미안했는지 팔짱을 끼면서 생전 안부리던 애교도 부리는게 
오히려 저가 그정도로 쉽게 보이는 건가 싶어서 
그때까지 꾹 참고 있던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 내가 니 개야? 니가 내 주인이라도 돼? 

그런 저에게 경민도 황당한 표정으로 한마디도 지지 않고 소리 질렀고 
깜깜해진 지하철 역 앞에 서서 미친 듯이 싸웠던 기억 

한마디 쯤은 져줄 수 있었을텐데 
그때 저녀석은 대체 저에게 왜 그랬던 걸까 
왜 지금처럼 조신하게 웃어주지 않았던 걸까 
왜 한번도 저에게 잡혀주지 않은 걸까 




- 이경이 고등학교 때 어땠어요? 하도 잘난 척을 해서 말이죠? 
- 형 내가 언제 
- 어! 이제 증인 나타나니까 발빼려는 거냐? 

평소에 무슨 대화를 나눴던 건지 찬경의 질문에 이경이 당황한다 

- 고등학교 때 얘긴 죽어도 안해주더라구요 

그렇지, 그때의 너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니가 

- 글쎄요.. 뭐 그냥.. 
- 그때도 인기 많았어요? 지금은 어찌나 저한테 인기많다고 잘난 척을 하는지 
- ...지금은 그런가봐요 그땐 별로 였는데 

목소리가 떨릴 것 같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남경민 
지금 흔들릴 이유가 뭐야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다 

- 어휴 저희 처음 만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장난 아니었어요 
이경이 보려고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도 있었으니까 

여자. 
그래 그때도 지금도 여전하구나 

경민은 저도 모르게 완벽했던 가면을 잃고 냉소를 띄우고 만다 
지금도 넌 그게 그저 비즈니스,였다고 말하겠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경은 
교복이 그동안 가둬두기라도 했던 건가 싶을 정도로 빛이 났다 
그게 경민에게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가끔 학교 수업이 끝나고 이경이 일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면 
늘 이경의 곁을 맴도는 여자가 한둘쯤은 있었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일 때도 있었고 혼자 혹은 몇이서 들린 손님일 때도 있었다 

그저 제 남자를 그런 눈으로 본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빴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경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도 모든 여자에게 친절했다 
그래 꼭 여자가 아니었어도 손님에게라면 다 친절했던지도 모르지만 
경민에게는 유독 그렇게 여자에게만 친절한 것이 눈에 거슬렸다 

심지어는 자신을 데려가려고 가끔 찾아오곤 했던 학과 모임에서조차 
이경은 때로 경민보다 인기 있었다 
경민에게는 아무리 봐도 과도한 친절함이었고 충분히 여지를 주는 행동이었지만 
그래서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하고 꺼려지기까지 했지만 
어쩐지 그런 얘길 하는 게 자존심 상해서 말할 수도 없었다 

가끔 지나가는 말로 너 여자가 너무 많아, 라고 핀잔 주면 
이경은 그게 제 일이라고, 사람들에 친절한게 뭐가 나쁘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쌓아두니 짜증이 늘었고 그럴수록 이경과 싸우는 횟수도 잦아졌다 
짜증이 어째서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경은 한번도 져주지 않았고 
말할 수 없는 경민은 그럴수록 더 화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뭔가 어긋나고 있다고 느낄 무렵, 
경민은 보고 말았다 
비틀거리면서 이경에게 완전히 기댄 여자를 
택시에 태우는 이경을 

왜 그때 부르지 못했을까 
아니 영원히 모르는 척 그냥 마음에 묻어뒀어야 했을까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저 동료이거나 손님이거나 
이경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거란 걸 
하지만 
직접 듣고 싶었다 

- 그 여자 누구야? 

적어도 한마디 변명이라도 해주길 바랬다 
적어도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그게 다 오해라고 

그러나 

그때 들은 그 말이 음절 하나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이경과의 기억은 모두 희미해졌다고 생각할 때 마저도 
그 순간의 그 말은 또렷이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다 

- 너 의부증이냐? 

너무 충격받아서 한마디도 더 할 수 없었다 
지겹다는 듯 잔뜩 찌푸린 그 표정 
그저 부정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애와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나는 너뿐이야 라는 확신을 원했던 것 뿐인데 

....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나를 너만은 먼저 알아주길 
그런 걸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 

- 다른 여자한테 눈길도 주지 말라는게 말이 되냐? 왜 죽이기라도 하게? 

그 말을 그렇게 돌려받을 줄은 몰랐다 
넌 그때 그 말을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 .. 그래 헤어지자 

어떻게 목소리를 냈는지 기억할 수 없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마지막,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아팠던 기억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저를 똑바로 봐주지 않았다 
또, 그러느냐 하고 지친 듯한 그 얼굴로 

- 니 기준에 딱 맞는 남자 만나서 잘 먹고 잘 살아라 
- 그래 너보다 백배는 좋은 남자 만날거다 이 나쁜 놈아 

울지 않았다 
대신 독하게 이경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해주었다 
그게 저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이었다 

넌 그 순간에도 우리가 다시 만날거라고 생각했을까 
언제나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 
그렇게 싸우다가도 다음 날 다시 모닝콜을 했던 여느 때처럼 

그 여자와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란 말이 어려웠다면 
왜 날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은 거니 그때 넌 
적어도 그 말만이라도 내게 




레스토랑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골목에 임시로 세워둔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 찬경이 자리를 비웠고 
좀전까지 활기차게 떠들던 이경과 간간히 웃으며 끼어들던 경민은 침묵 속에 남겨졌다 
잠시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잠시라도 이 침묵을 견디기 힘들다 

- 그렇게 가짜로 살면 안 힘드냐? 

물컵의 마지막까지 다 마셔버린 이경이 잔을 내려놓으며 
경민을 외면하면서 묻는다 

- ...내가 뭘 
- ...너 지금 되게 부자연스러워 

시비거는 듯한 이경의 말에 경민도 울컥한다 

- 너야말로 여기 왜 온거야? 
- 나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거다 너도 봐놓고 그러냐? 내가 어떻게 니가 여기 있을 줄 알았겠냐? 

이 주변을 두 바퀴나 돌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찬경이 소개팅을 할 때 가는 장소야 이경에게 조언을 구한 적도 종종 있으니 
여기 쯤일 거라고 짐작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태연한 이경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경민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든다 
이 침묵이 조금만 더 길어지면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릴 것 같다 
애써 물을 마셨는데도 심장이 멈추지 않는다 
더 불규칙하게 뛰고 만다 

- ... 제발 내가 행복해지게 내버려두면 안돼? 
- 뭐? 

갑작스런 경민의 말에 이경이 바라본다 

- 언제까지 내가 행복해지는 걸 막을 거야? 

목소리가 떨리는 걸 감출 수가 없다 
대체 넌 왜 지금 여기 나타나서.. 왜.. 
우리 그냥 안 보고 살 수도 있었잖아 모르는 척 지금까지 처럼 

- 내가 널 불행하게라도 했다는 거야? 
- 널 만나는 동안 내내... 아픈 기억밖에 없.... 마지막까지 넌... 결국... 

황당하다는 듯한 이경의 말에 애써 대답을 잇던 경민은 
결국 눈물이 고이기 직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사라졌다 

남겨진 이경은 멍해진다 
그정도였던건가 너에게 난 





화장실에 앉아 수백번 심호흡을 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혹시라도 눈물 자국이 났을까봐 화장을 고치고 돌아와보니 
아까 떠난 자리에 찬경이 혼자 앉아 있다 

조용히 자리에 앉으려고 다가가자 그제야 찬경이 뭔가 확인하고 있던 휴대폰에서 고개를 든다 

- ...... 
- 아, 이경이 먼저 갔어요 가게 들어가봐야 한다고 
- ... 네... 
- 다음에 식사 한번 제대로 하자고 그랬는데 괜찮죠? 
- ...네... 

너무 감정을 소모했더니 기운이 없다 
무기력하게 대답하는 경민의 표정을 살피던 찬경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 몸이 안 좋으신가봐요 들어가실래요? 

이대로 평정을 잃는 건 남경민 답지 않다 
7년이나 지난 일이 뭐 그렇게 대수라고 
경민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 짓는다 

-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때도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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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내가 소동극 - 로코를 쓰고 싶다고 했었지... 근데 이게 무슨 로코냐 라고 하면.... 제가 잘못했어요 ㅠㅠ 
하지만 진짜 나는 로코를 쓰고 있어... (자기 최면 중...) 
달달한 거 기대한 냔들... 미안해 ㅠㅠ 
나도 달달한거 쓰고 싶어서.. 그래서 투경에 손댄 건데... 으윽..... 헤어진 사연부터 나오다보니 이게.. 참... 

하여간 읽어줘서 고마워;;;; 빠른 전개를 위해서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