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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013][이경x경민] 예쁘잖아.5 (그건 너 확장판)

april_m 2013. 2. 26. 20:00




이경은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린다 
레이저같은 눈빛이 저를 곧 쏘아 죽일 것 같다 
예상 못 한 것도 아닌데 막상 닥치니 저가 왜 여기 있나 싶다 
오지랖도 병처럼 옮는 걸까.. 
요즘 남순이나 흥수와 너무 가까이 지냈던건가 하는 어이없는 생각마저 든다 

따가운게 사라진 것 같아 힐끔 시선을 내리니 경민이 찬경과 다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제야 긴장이 좀 풀린다 
저를 만날 때는 그렇게 부러질 것 같은 높은 구두만 신더니 
남자치고는 좀 작은 편인 찬경을 배려한 건지 낮은 단화에 원피스 차림인 경민이 낯설다 

세월이 길긴 길구나 

7년만의 경민은, 어쩌면 기억하고 있는 것과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공연이라도 보든가, 
라는 이경의 답에 한동안 회신이 없던 찬경은 
다음날이 되어서야 전화를 걸어왔다 

- 근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둘이 공연 보자고 하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혀엉.... 제발 그런 조선시대같은 사고방식 좀 버려! 버리라고! 
버럭질 할 뻔 했는데 찬경의 목소리가 진심이어서... 참았다 

- 뭐 볼 건데? 
- 키스 자렛 트리오 
- ... 뭐? 
- 재즈 아티스트인데 
- 저기 형 잠깐만 

휴대폰을 어깨에 끼고 급하게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아... 진짜 유명하긴 한가보다... 
우와 무슨 티켓 값이 이십만원이 넘냐... 
근데 이거... 남경민이 보러가면 백프로 잘 거 같은데? 

- 진짜 그거 보게? 
- 왜 별로야? 부담스러워하려나 역시? 
- 아니 좋은 공연인 건 알겠는데... 그게... 
- 티켓값이 좀 비싸긴 하지? 아 근데 음악은 좋은 자리에서 들어야하는데.. 그래도 역시 부담스럽겠지? 

형 티켓값이 문제가 아니라... 

- 차라리 뮤지컬 같은 거 어때? 

말하면서 손으로는 급하게 검색 중이다 
요즘 제일 핫한 아이돌 중에서 딱 봐도 잘생긴 애가 출연하는... 게.... 

- ... 삼총사나... 어... 캐치미... 
- 그게 나으려나? 근데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 너 공연 안 보잖아 
- 어...? 아... 그게... 

아씨... 

- 내가 요즘 작업하는 애가 있는데 걔가 그런 거 보고 싶대서 

미친 놈 핑계를 대도 하여튼 

- 그래? 그럼 그날 너도 와 그 아가씨랑 같이 
- .... 어? 
- 그동안 니가 고생한 거 형이 갚는다 생각하고 부담 갖지 말고 와 니 꺼까지 표 끊을 테니까 
  그리고 여럿이 만나면 경민씨도 좀 덜 부담스러워하지 않겠냐 둘이 보는 거 보다는 

그게 훠어어얼씬 부담스러울 거 같은데............... 
겨우 그따위 핑계를 생각해낸 제 탓이지만 
경민의 차가운 눈빛을 다시 받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결국 거절하지 못해서 여기 서 있긴 하지만 
지금도 정말 와서는 안될 법정에라도 선 것처럼 식은 땀이 난다 
역시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거절했어야 했는데 
앞으로 두 시간이 평생처럼 길 것 같아 한숨이 난다 





- 오빠! 

누군가 로비에 선 이경의 팔짱을 확 껴온다 

- 오래 기다렸죠? 미안해요 지하철역 계산을 잘못해서 

갑자기 나타난 미소녀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사과한다 
이경은 어색하게 팔짱을 풀면서 소개한다 

- 얘는 한지수...고... 이쪽은 박찬경.. 그리고.. 남경민 
- 반갑습니다 한지수예요 우와 오빠가 오늘 공연 보여주시는 분이죠? 진짜 짱이세요! 

한 톤 높은 밝고 경쾌한 목소리에 찬경과 경민도 얼결에 빨려들어간다 
경민은 저도 모르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지수를 훑어본다 

아무리 봐도 갓 스물 또는 스물 하나쯤 되어 보이는 앳된 외모 
눈이 크단 것만 빼면 어디서 저같은 걸 일부러 찾아내기라도 한 건지 이경을 빼닮은 하얀 얼굴에 
춥지 않을까 싶은 짧은 치마에 딱붙는 옷 때문에 드러난 글래머러스한 몸매 
어리고 예쁜 애 만나는구나 싶어 괜히 짜증이 난다 

... 짜증이 날 건 또 뭐람 

이경이 올 거란 것도 이경이 여자를 데려올 거란 것도 이미 찬경에게 얘기 들은 바였다 
그래서 공연장 로비에서 이경을 만났을 때는 
몇번인가 머리 속으로 아마도 이렇겠지 그려봤던 그대로였다 
어색하긴 했어도 그다지 놀랍거나 긴장되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경의 팔짱을 도로 끼고 
붙임성있게 애교스런 목소리로 오빠 언니 하고 부르는 저 미소녀가 영 눈에 걸린다 

- 근데 티켓 어떻게 구하셨어요? 오늘 성준 나오는 날이어서 티켓 오픈 하자마자 다 나갔다던데 
- .. 성준? 유명한가봐요? 
- 찬경오빠는 모르셨구나~ 완전 샤방한 외모로 요즘 인기 짱인 아이돌인데, 
  나이는 어려도 배우 집안 출신이라 연기도 잘하구요 뮤지컬은 처음이지만 
- 그런 배우였군요 좀 기대되네요 오늘 공연 

오늘 공연하는 아이돌의 프로필에 대해 재잘재잘 떠들고 있는 지수는 
여자인 제가 봐도 사랑스럽다 

예쁘긴 하네... 

경민은 내심 납득한다 
저도 이렇게 예뻐보이는데 남자들은 오죽할까 싶다 
열살은 어려보이는 지수에게 존대말을 쓰는 찬경이 어지간히 고지식한거지 
보통은 한번쯤 작업 걸고 싶어지지 않을까 

저와 무슨 상관인가 
이이경이 누구랑 만나든 말든 
그게 저 미소녀든 아니든 

그래 인정. 이이경 너 잘났다 

경민은 피식 웃으며 이경과 지수 쪽을 바라본다 
이경의 팔에 매달려 올려다보는 지수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사랑에 빠지면 저런 얼굴일까 
데자뷰를 보는 것 같아서 쓸데없이 마음이 욱신. 한다 

저런 애라면 어디서든 사랑받겠지 
사랑을 말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지 
이이경 너도 그래서 이 아이를 선택했겠지 

경민이 그만 지수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지수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이경이 빠르게 눈을 피한다 
아슬아슬하게 엇갈린 시선에 경민은 순간 심장이 덜컹,한다 

나이 먹어서 도끼병도 아니고... 
저를 보고 있었다, 는 건 그저 자의식 과잉일거다 
어쩐지 씁쓸한 마음에 지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경을 보다 
경민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든다 
지수는 이경과 사랑에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이경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 눈이, 다르다 

어색함의 원인을 깨닫고 경민은 부르르 몸이 살짝 떨린다 

저런 눈이 아니었다 
사랑에 빠진 이이경은. 

일주일에 두세번은 술자리에 붙잡힌 자신을 데리러 왔던 이경은 
매번 한숨을 푹푹 쉬면서 
넌 기집애가 어쩌구 저쩌구 짜증을 냈지만 버리고 간 적은 없었다 
가끔 남자 선배들의 술잔을 받느라 기다리게라도 하면 
금새라도 짜증 낼 듯이 보고 있는 이글이글한 시선이 느껴져서 
우습게도 이경이 화를 낼까봐 걱정되는 것보다 여전히 저를 바라고 있다는게 기뻤다 
이경이 오자마자 가방을 챙겨 바로 일어나면 
꼭 세상에 자신와 이경 둘만 남은 것처럼 바라봐서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더랬다 
그래서 가끔 못 마시는 술을 더 마시다가 이경을 붙들고 집에 돌아갔다 
일부러라도 그 눈이 보고 싶어서 그랬다 

가끔 학교에서 동기들 사이에 이경이 화제로 떠오를 때면 
늘 그 눈빛을 부럽다는 듯 언급하곤 했다 
늬들은 그렇게 싸우면서도 진짜 사랑하나보다 - 라고 

자주 화를 냈지만 
아마도 평생의 눈물을 모두 쏟아버렸다 싶을 정도로 
그렇게 미친 듯이 싸워댔지만 
그래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지금껏 생각했지만 

그럴 때도 있었다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아주었을 때도 
아픈 기억이 앞서 묻혀버렸지만 
사랑, 받았던 그런 기운으로 충만한 시간도 있었다 

내내 아프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 

왜인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인터미션, 
찬경은 물을 사러 간다며 나가고 지수도 자리를 비운 사이 
서로 한마디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는 어색한 시간이 흐르는 걸 참지못한 
이경이 불쑥 침묵을 깬다 

- ...나 진짜 오늘 오려고 했던 거 아니다 형이 불러서 온거야 
- 알아 

나란히 앉아 앞만 바라보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하는 말이 
꼭 연극 속 방백 같다 

- ... 그리고 쟤랑 사귀는 것도 아니야 
- ... 알아 

높낮이 없이 감정이 실리지 않은 대답에 
이경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던지고 싶어진다 

- .. 그때 걔랑도 아무 사이 아니었어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받아주길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이후의 침묵이 짧은 찰나인데도 영겁같다 

- ... 알아.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경민의 대답에 이경의 눈이 커진다 
그제야 여전히 무대만 바라보고 있는 경민을 바라본다 

- 근데 그때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헤어지자고 했어? 

- .... 니가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경민은 담담하게 대답한다 

알아 너에게 물어봤어야 했다는 거 
아니다.라고 말할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는 거 
하지만 그때 난 너무 어렸잖니 너도 그랬고 
우린 스스로의 상처를 돌보기에도 너무 버거웠으니까 

- ... 미안해 

아주 늦은 이경의 사과에 
경민은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무거운 기억의 끈이 풀리는 걸 느낀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우린 좀 달랐을까 

- 나도 미안해 

경민은 그제야 이경을 바라보며 말한다 
기억 속의 늘 불안하던 그 눈빛이 아니라 
평온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경민을 마주하고 
이경은 비로소 마지막이 와버렸다고 느낀다 

기억을 모두 묻어버리고 
시간을 모두 잊으면서까지 
유예하고 싶었던 끝이 

7년 만에 이렇게 갑자기 





- .... 맞네 삼십 

지수는 이경이 건넨 봉투를 열어 지폐를 확인한다 

- 또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 됐다 이 날강도야 

공연도 찬경이 보여줬고 밥도 본인이 사줬고 집까지 데려다주고도 수고료 삼십만원이라니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 나 정도로 연기하는 사람 찾기 힘들텐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 불여시 같은 것 
언제 저에게 착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던 적이 있기는 하냐는 듯이 
싹 돌변한 지수를 보고 이경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기까지 하다 

이모는... 얘 이런 거 아시나 몰라.... 

이경의 이종사촌인 지수는 
여자애가 귀한 집인 탓에 어릴 적부터 온 집안의 공주님이었다 
귀여운 외모에 게다가 이경과 달리 꽤나 공부도 잘해서 
온 집안 어른들이 지수의 말이라면 껌뻑 죽었다 
아니, 이경도 그랬다 
7살 어린 지수를 이경은 초등학교 때부터 내 동생 할거라면서 업고 다녔다고 했고 
자라면서도 정말 제 동생처럼 예뻐했다 
그러니까 지수가 사춘기를 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고등학교를 들어간 지수는 여전히 어른들께는 참하고 착한 딸이자 손녀이자 조카였지만 
이경에게만은 괴물로 돌변했다 
세상에 이런 여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경을 살살 구슬리고 꼬드겨서 용돈을 뜯어가는데 선수였다 
그래도 제 사촌동생이니 용돈 주는 셈 치고 넘어가주긴 하는데 
나중에 더 크면 저게 남자 잡아먹지 싶어 가끔 무시무시하기 까지 했다 

특히나 대학에 들어간 지난해부터는 아예 저를 동생 취급하다시피해서 
어지간하면 지수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해왔는데 
갑작스럽게 '작업중인 여자'를 구해야하는 상황에서는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부르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가족끼리 삼십만원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저 여우 진짜.... 

오늘은 어떻게 넘어갔다만 앞으로 갈길이 구만리다 싶어 고개를 젓고 있는 이경에게 
다시 한번 돈을 세고 있던 지수가 묻는다 

- 그나저나 오빠가 웬일이야 나한테 그런 부탁을 다하고? 주변에 완전 여자 많아 보이는데 다 허당인가봐? 
- 아니거든 기집애야?! 그딴 소리 할거면 도로 내놔! 
- 헐, 오빠가 지금 나한테 짜증낼 상황이 아닐텐데, 나 딱 눈치 깠거든? 
- 뭔 소리야? 

안그래도 복잡한 마당에 신경을 살살 긁는 소리까지 하는 지수에게 짜증을 내자 
지수가 황당하다는 듯 이경에게 말한다 

- 경민 언니랑 무슨 관계야? 
- .... 뭐가 
- 이봐 딱 걸렸어 오빠 거짓말 하면 귀 움직이는 거 알아? 무슨 사이길래 나까지 동원한거야? 
- .... 뭐... 그냥 예전에 잠깐 만난 사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니 맘대로 해라 하고 대답하니 
지수가 팔짱을 끼고 역시 그럼 그렇지 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 어쩐지 눈을 못 떼더라니. 찬경 오빠는 이거 아냐? 알면서 경민 언니 만난대? 오빠는 중간에서 뭐니? 
- ... 내가 뭘 
- 그런 눈으로 볼 거면서 헤어지긴 왜 헤어졌냐 
- ... 니가 상관할 일 아니다 
- .... 오빠, 생각한 거보다 더 빙신이구나...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지수에게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 
저가 생각해도 오늘 참 병신같다 

- 뭐 보나마나 그놈의 병신같은 자존심 때문이겠지 

이제 하다하다 오빠한테 별 소리를 다하는구나 
그래도 제가 (마음으로) 업어 키운 동생인데 이런 소리까지 듣자니 
어째 제 주위엔 독설가인 여자밖에 없는 걸까 한숨이 나온다 

-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라 이모 걱정하신다 
- 오빠랑 있는 거 아시는데 걱정 같은 소리 

너 아니어도 나 오늘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지수야... 제발 집에 좀 가라...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이경을 빤히 보던 지수가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한다 

- 오빠, 오빠가 내 오빠니까 하는 말인데. 
  그 병신같은 자존심 진짜 병신 같은 거다? 알어? 
  
그래그래 내가 병신이다.. 
일곱살 어린 사촌 동생한테까지 병신 소리 듣는 내가 병신이지 
영혼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경에게 지수가 답답하다는 듯 다시 말한다 

- 사람이 진심으로 얘기하면 좀 들어 그.러.니.까. 그런 자존심 지킬 필요 없다구 

아무리 잘난 척 해도 애는 애구나 
제법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지수의 머리를 
이경은 가만히 토닥인다 

- 알았으니까 들어가라 

그래 그때 그랬어야했지 그때 그걸 알았어야했어 
그런 자존심 지킬 필요 없다는 걸 그때는 몰랐거든 지수야 
내가 니 나이 때, 그땐 이 오빠가 바보 같아서 그걸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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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돌았어. 
세상엔 찬경이 같은 남자도 없고(마지막으로 갈 수록 더 그럴거 같아) 이경이와 경민이처럼 7년이나 지나 우연히 만나는 일도 없고 그렇게 아프게한 과거를 서로 떠올리며 미안해 하는 일도 없어 그런 일은 없더라 없지만 그래도 - 이랬으면 덜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는 냔들 고마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아, 뜬금없지만 성준은 요즘 핫한 그 성준 군을 생각하며 썼어 ㅠ 얼른 얼른 자라서 핫하고 연기도 잘하는 아이돌이 되어주렴 ㅠㅠ 아니면 고고학계의 아이돌이라던가 생물학계의 아이돌도 괜찮단다 
오타와 비문과 이상한 문장과 구조의 수정은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