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you - pretty (2k)

[학교2013][이경x경민] 예쁘잖아.6 (그건 너 확장판)

april_m 2013. 2. 27. 13:49




- 괜찮냐? 왜 이렇게 얼굴이 상했어? 
- 괜찮아요 그냥 개도 안 걸리는 가을 감기 잠깐 걸린건데 뭘 요즘 환절긴가? 

걱정하는 찬경에게 이경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 웃어보인다 


그날 이후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바빠죽겠으니 얼른 나아서 나오지 못하겠느냐 는 핀잔 섞인 걱정을 하며 
정호와 남순은 이경 없이 가게를 지켰고 
덕분에 전처럼 알바 짤릴까봐 걱정하며 억지로 출근해야하는 일은 없어서 
이게 자가 영업자의 장점이로구나 잠시 느끼기도 했지만 
대개는 펄펄 끓는 열을 견디며 자리에 누워 지냈다 

열에 들떠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동안 
쓰나미에 휩쓸린 것처럼 봉인 해제된 기억이 덮쳐왔다 

경민을 처음 만나 헤어질 때까지의 순간들이 
영화처럼 몇번이나 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그때마다 이경은 행복했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비참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은 늘 경민의 우아한 미소로 끝났다 
정작 경민을 만나는 동안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평온하고 충만한 미소 

거기에 이르면 이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가 
다시 정신을 놓았다 

왜 헤어졌느냐면, 지수의 말대로, 병신같은 자존심 때문에 

불안했다 늘 

왜 너는 나를 만나고 있는 걸까 
왜 그렇게 단번에 허락했는지 
그렇게 쉽게 내게 온 것처럼 
금새라도 떠나버릴 것 같아서 

불안한만큼 내 자존심을 지키려고 함부로 대했다 
솔직하게 널 원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제야 알겠는데 이제야 


- 먹자 먹고 기운 내야지 

이경은 멍한 눈을 들어 자신에게 삼계탕을 권하는 찬경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제와는 너무 늦었겠지 

몇번이나 생각했다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까무룩 잠들기를 반복하는 동안 

네게 다시 간다고 하면 넌 뭐라고 할까 
널 원한다고 하면 넌 뭐라고 할까 
날 미친 놈 취급할까 한번쯤은 망설여줄까 

그때마다 고삐풀린 듯 달려가고 있는 이경의 마음을 막아선 건 
마지막으로 본 이제 다 정리되었다는 듯 담담했던 경민의 눈빛 

그리고 

지금 제 앞에서 멍하니 숟가락 드는 것도 잊고 있는 제게 
억지로 숟가락을 쥐어주고 소금을 풀어주고 있는 찬경이었다 

제가 제 손으로 경민과 엮어주겠다고 나선 인연 
경민이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던 사람 
... 아마도 제가 아는 사람 중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지목할 그 사람 

그렇게 희망을 품었다가 절망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희망과 절망을 오가던 추가 느릿느릿 서는데 꼭 일주일이 걸렸다 


- 근데 형은 왜 그렇게 날 찾았어요? 

이경은 그제야 삼계탕에 숟가락을 집어넣으며 묻는다 

일주일 만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니 
찬경으로부터 몇번의 부재중 통화와 걱정하는 문자가 남겨져있었다 
몸을 좀 추스린 후에야 찬경에게 연락할 정신이 들었다 
일주일 넘게 앓았다는 말에 찬경은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며 이경을 일부러 삼계탕집까지 데려왔다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을 요량인가 싶어 이경은 뻘쭘한 기분으로 말을 꺼냈다 

- 아.. 뭐.. 너 몸 나으면 나중에 얘기하자 

찬경이 곤란하다는 듯 얼버무린다 

- 아 뭔데요 연달아서 여러번 전화했더구만 급한 일 아니예요? 

아픈 동안 오간 감정 때문에 죄책감이 들어 끈질기게 묻는 이경을 물끄러미 보던 찬경이 
깊은 숨을 한번 쉬고 말한다 

- 내가 내년에 해외 근무 신청했는데 
- 에? 형 외국물 먹는 거? 하기사 이미 여러번 갔다 왔으니까 뭐 근데 어디로 가요? 
- 아직 확정은 아니고 일단 신청만. 가면 런던 지사나 유럽으로 갈 것 같아 
- 잘됐네 확정이 아니긴 말하는 거 보니까 확정이구만 형이 언제 안되는 거 말한 적 있나? 

꽤 예전부터 찬경이 바래왔던 일인 걸 아는 이경이 오히려 더 반가워하며 축하한다 
그런 이경을 보는 찬경은 뒷말이 남았는지 영 머뭇거린다 

- 아, 근데 그게 하려던 말인거? 

너무 혼자 그러나 싶어 머쓱해진 이경이 조심스레 다시 묻는다 

- ... 그래서 경민씨에게 같이 가겠느냐고, 

멍해진다 

-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할 생각이야 

언젠가는 들어야할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감기에 걸려 감기에 특효라는 삼계탕을 먹다가 들을 줄은 몰랐다 
아니 어떤 상황에서 들었어도 
어떤 마음의 준비를 했어도 마찬가지 였을까 

너무 침묵이 길어지나 싶어 이경은 애써 정신을 차린다 

- .. 뭘 그걸 따로 말하고 그래요 지금은 만나는거 아닌가 뭐 무슨 프로포즈도 아니고... 

프로포즈. 

이경은 그제야 덜컥 깨닫는다 
찬경은 지금 그런 마음이라는 걸 
결혼을 전제로, 라는 건 프로포즈나 다름 없는 마음가짐으로 부딪혀보겠다는 의미라는 걸 

- 그래, 프로포즈도 아닌데 좀 과하긴 하다 그렇지? 

멋쩍은 듯 웃으며 제 어깨를 툭툭 치는 찬경을 말없이 본다 
잠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 

- 프로포즈지 뭐 그게 

잠시 후 이경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한다 

- 형 마음은 프로포즈구만 뭘 그래서 나 찾았네 

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 형이야 뭐 원래 옷 잘입으니까 걱정은 안되지만, 평소처럼 면바지 이런거 안되는거 알죠? 꼭 정장 입고 
여자들이야 장미가 딱이고 

꿈 속에서 몇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던 장면을 말한다 
형, 경민이는 정장 입은 남자를 좋아해 
경민이는 장미 백송이 받고 싶댔어 
경민이는... 

활기차게 떠들면서도 어딘가 초점을 잃은 이경을 보던 찬경이 툭 친다 

- 너 괜찮냐?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이 보인다 

- 괜찮겠어 너? 

괜찮냐고 형 
너 괜찮으냐고 
그렇게 물었나요 지금 

- 안 괜찮으면 어쩌겠어요 벌써 일주일이나 가게 비워서 내일도 출근 안하면 죽일 거 같은데 얼른 나아야지 뭐 

넉살좋게 앵기는 이경을 바라보는 찬경의 얼굴에 안쓰럽다는 듯 그늘이 진다 
이경은 그게 또 신경 쓰여서 딴 소리를 한다 

- 빨리 나으라고 기원하는 의미로 여기 삼계탕 값은 형이 내지? 

안 그래도 찬경이 사려했을테지만 
이 어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찬경은 가만히 이경을 보다가 이내 그러마 한다 

- 이경아 

계산을 하려고 일어서다 말고 진지하게 이경을 부른다 

- 나 최선을 다할 거다 






언젠가 제가 불러냈던 그 카페에 
그때 제가 앉았던 그 자리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이경을 발견하고 
경민은 어쩐지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 두려워진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멈칫 망설이다 문을 당긴다 

딸랑. 

다가가는 저를 보고 고개를 끄덕 아는 척을 한다 
기분 탓인지 이경의 얼굴이 핼쓱해보인다 

경민은 별다른 말 없이 이경의 건너편에 앉는다 
경민이 자리에 앉고도 이경은 한참을 아무 말이 없다 

- 너 요즘 막하고 다니는구나? 

오늘따라 부스스한 몰골이길래 농담삼아 지난번 말을 돌려주니 
이경이 힘없이 피식 웃는다 

- 그거 마음에 담아뒀냐? 
- 뭐 약간 

분위기가 풀어졌나 싶은데 이경은 도로 침묵이다 
이러다 밤샐 건가 싶어 다시 묻는다 

- 왜 보자고 한건데 

경민의 질문에 답은 안하고 물끄러미 얼굴만 쳐다보던 이경은 
마침내 뜬금없는 한마디를 한다 

- 찬경이형, 진짜 좋은 사람이다 

뭔 소린가 싶어 대충 대답을 돌려준다 

- 알아 말 안해도 

이경의 눈빛이 약간 흔들린다 

- ... 그리고 너 진심으로 좋아해 진짜 너 행복하게 해줄거야 
그러니까 형 마음 진지하게 생각해줘 외모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줘 

갑자기 저에게 절대절명의 부탁이라도 하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진지하게 말하는 태도에 경민은 어리둥절하다 

- ... 어? 

머뭇거리는 것이 제 탓인가 싶어 이경은 급하게 말을 잇는다 

- 내가 마음에 걸리는 거면 네가 말한대로 이제 형 근처에도 안 갈게 안 보고 연락도 안하고 모르는 척 하고 살게 

어차피 찬경과 함께 떠난다면 이제 볼 수도 없겠지만 
다음 말은 찬경을 위해 남겨둔다 

- 부탁한다 

경민은 이 상황이 그저 당황스럽다 
이경의 말들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저 이경이 어느새 남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어른이 되었구나 싶다 

진지한 이경의 기세에 눌린 경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 알았어 

경민의 말을 듣고서야 이경은 숙였던 고개를 든다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경의 눈을 보니 그게 옳은 답이 아니었나 싶은 혼란이 온다 

이경은 잠시 경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부탁 들어줘서 고맙다 
그럼 알아들은 걸로 알고 갈게 

제 할 말을 마치고 저벅저벅 걸어나가버리는 이경을 
잡지도 못하고 경민은 한참을 자리에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었다 














============================ 

7화를 빨리 쓰고 싶어서 후다닥 써버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다음꺼 쓰고 나서.... 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