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야]
[미안 나 갑자기 교수님께 잡혀서 지금 회식하러 왔어 ㅠㅠ 오늘 안되겠다 진짜 미안]
어쭈 3번 취소하고 4번째 잡은 약속도 취소하시겠다
딱 걸렸어 이강주 그러면 내가 포기할 줄 알았겠지
흥수는 강주가 원했을 [알았어 다음에 봐.] 라는 답 대신
[심야 보면 되지 잘됐네 자리도 없던데 어딘데? 언제 끝나?]
라고 보낸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카톡 알림음이 울린다
[안 그래도 되는 데 번거롭게]
너 나 피하는 거 티 팍팍 나거든
오늘은 안 물러서리라 생각한 흥수는 다시 메세지를 보낸다
[괜찮아 지금 시작했으면 두 시간 후엔 되지? 위치 찍어 보내 거기로 갈게]
한참을 답없이 조용하다
전화를 걸어봐야하나 생각하는데 망설인 흔적이 가득한 주소가 도착한다
장소를 확인한 흥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이강주 대체 그동안 왜 그랬는지 오늘은 꼭 좀 들어보자
=
거의 일 년 가량 매주 습관처럼 계속되던 강주의 방문과 넋두리는 그해 여름 갑작스럽게 뚝 끊겼다
쌓아두는 성격이 갑자기 달라졌을리도 합평이 즐거워졌을리도 없건만 강주는 갑작스런 연락 두절 이후 한번 흥수를 찾지 않았고
무슨 일 있나 싶어 한 연락에도 별 일 없다는 안부 문자만 돌아왔다
매주 괴롭히던 강주가 찾아오지 않으니 홀가분해야 맞는데 흥수는 오히려 금단 증상에 시달렸다
흥수의 인생은 딱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고
사실 짧은 생 중 몇년은 다시 돌이켜봐도 빛 한 줄기 없는 깜깜한 시간을 보냈기도 한지라
그냥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라는 주의였다
그러니 세상에 큰 관심도 없었고 어지간한 일에는 감흥도 없었다
주변에 있는 녀석들도 언제고 휙 사라질 것 같은 남순에 이미 사라졌던 정호에... 다 비슷한 놈들 뿐이라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무료하게 견뎌야하는 고통이라고.
하지만 강주의 삶은 달랐다
자신과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게 맞는 걸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강주의 생은 온통 발견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있었다
꼭 다리미에 손을 데여봐야 뜨거운 줄 아는 아이처럼 강주는 온몸으로 부딪혀 경험하고 존재 전체로 아파하고 기뻐했다
자신에게는 무덤덤한 또다른 하루일 뿐인 세상이 강주에게는 날마다 모험인 것처럼 보였다
똑같은 사건을 봐도 무심한 자신과 달리 강주는 편견없이 다가가 늘 다른 면을 발견해냈고
그렇게 상처받았으면서도 또 남의 일에 끼어들어 오지랖 넓게 굴다가 질질 짜기나 하고
또 다음 순간에 바로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았어! 라고 긍정적인 점을 찾아냈다
그럴 때의 강주는 용감하다 못해 좀 모자란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이 늘 놀라웠다
자신은 결코 그렇게 살 수 없다, 고 생각했지만
강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신도 함께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활기가 생겼다
왜 말을 안하느냐고 답답해하는 사람들, 특히 옛 여자친구들과 달리 강주는 몇시간이고 혼자서 떠들어도 흥수에게 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혼자 떠들게 두고 자신은 듣고만 있어도 강주는 대단히 뛰어난 이야기꾼인 덕에 소외된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강주의 이야기에 더 푹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남들에게 했으면 날 무시하는 거냐 했을지도 모르는 그 말이 흥수에게는 오히려 편했다
무채색 같은 일상을 지내다가 강주를 만날 때만은 총천연색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갑작스런 강주의 연락 두절로 흥수는 자신의 삶이 대단히 지루하다는 것과
자신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 무료함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차라리 계속 모른 채 살았으면 괜찮았을텐데
강주의 이야기에 익숙해져버린 지금은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자신이 얼마나 텅빈 채 살아왔는지 자연스레 드러났다
아무래도 사는 게 재미없었다
예전에는 그런 게 결국 인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세상 모든 일을 극대치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강주의 이야기가 그리웠다
금단증상에 시달리면서 몇번이나 연락을 했지만 강주는 연락을 쉬이 받아주지 않았다
별별 핑계를 다 대고 연락을 취했는데도 답이 없길래
내가 그간 너에게 베푼 은혜를 갚아. 라고 관계에 약한 강주의 약점을 며칠에 걸쳐 끈질기게 공략했고
겨우 영화 한 편 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것도 세번이나 강주의 사정으로 시간을 옮긴 끝에야 드디어 오늘.
대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오늘은 기어코 답을 받아내고 말겠다
=
기어코 올 모양이다
절대 [알겠다] 라고 답하지 않는 흥수의 문자에 결국 회식 장소를 찍어 보내긴 했지만
그냥 좀 넘어가주면 안되나 싶어서 한숨이 나온다
지난 여름이었다
방학에는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지라 강주도 술먹고 흥수를 찾는 횟수가 학기 중보다는 좀 뜸해졌다
그러다 굉장히 더웠던 어느 날,
더워 죽더라도 때깔은 곱게 죽어야겠다 싶어서 아이스크림을 사러가던 중
그간 신세진 것도 많은데 아이스크림이라도 좀 사다줄까 싶어 간김에 몇개 더 골라 흥수에게 가던 길이었다
퇴근 시간에 좀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겠다 싶어서 엇갈리지 않게 메세지라라도 넣어 놓을까 하고
더위를 피해 건물 그늘 안에 들어가 한참 메세지를 쓰고 있는데 건너편으로 익숙한 모습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 야 박!...
흥수를 부르려다 멈칫 했다
익숙한 모습 옆에 서 있는 건 강주가 보기에 엄청엄청엄청 이쁜 아가씨.
낭창낭창한 가녀린 외모에 하늘거리는 원피스 차림 긴 생머리까지, 흥수의 팔을 붙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집 앞이라 추리닝 차림에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있던 자신이 좀 부끄럽다
에이 아는 척 못하겠네....
박흥수 저건 여친 생겼으면 말을 하지... 신경 쓰이게..
저렇게 서있으니까 잘 어울리긴 하네 박흥수가 키가 컸지 참...
뭣도 아닌데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힐끔 다시 흥수 쪽을 보니 더운지 찌푸린 표정이다
아니다 그냥 뭐... 항상 그런 대로 무표정...?
여자들은 저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짜식 좀 웃어도 주고 그럴 것이지
나니까 그러고 있어도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거지...
흥수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건물 그늘에 숨은 것처럼 섰던 강주는
뒤늦게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아이스크림은 이미 다 녹은 후였다
흥수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단 것도, 그래도 나름대로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았단 것도 조금 충격.
너무 자기 얘기만 해서 흥수에게 말할 기회를 안 줬나 싶어서 민폐를 끼친 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여자친구 생겼으니까 이제 예전처럼 술주정 부리고 그러면 안되겠다. 응. 그래.
혼자서 다짐한 뒤로는 아무리 합평이 힘들어도 술을 마시지 않았고 흥수에게 찾아가지도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작 예전엔 그렇게 만나러가도 한번을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던 흥수가
자신이 찾아가지 않자 갑자기 끈질기게 뭘 하고 살길래 연락 한 번 없냐고 구박해왔고
니가 배은망덕 하구나, 등등의 말까지 듣고 결국 약속을 잡긴 잡았는데.... 그렇긴 한데.... 마음이 영 꺼림칙하다
내가 여자친구면 엄청 기분 나쁠거 같은데....
- 강주야 뭐해 니가 기운 없이 앉아있으면 분위기 죽어
생각에 잠긴 강주에게 건너편 선배가 술잔을 넘긴다
으윽 이거 다 받아 마시면 또 주사 부릴지도 모르는데... 박흥수가 벼르고 있을텐데..
웃으면서 겨우 술잔을 거절하고 내려놓는데 이번엔 옆에 앉아있던 후배가 취했는지 강주에게 덥석 안겨온다
- 언니이.... 저 글 안 써져서 진짜 힘들어요.... 재능 없나봐요.....
- 원래 처음엔 다 그래 나도 지금도 맨날 죽겠어 글 쓸 때마다
아 이놈의 오지랖.... 당장 내 코가 석자구만.... 남 글쓰는 거 상담은 왜 해주고 앉았대...
강주는 스스로를 쥐어박고 싶어진다
교수님도 일어나실 기미가 안보이고...
흥수가 오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는데
만나서 한 소리를 듣는 건 둘째치고 대체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야할지 모르겠다...
=
고깃집 유리창 너머로 강주가 보인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걸 얼핏 확인하고 메세지를 보낸다
[왔다 나와라]
잠시 후 강주가 메세지를 확인하는게 보인다
주변을 두리번하더니 슬쩍 빠져나오려는 건지 조심스럽게 가방을 챙긴다
그러더니 일어서려다 말고 다시 주저 앉는다
왜 저래?
갑자기 테이블 끝에서 술잔이 파도로 넘어오기 시작하는게 보인다
강주도 그 틈에 앉아 술잔을 넘긴다
저 오지랖, 또 잡혔구만
예상했던 바라서 놀랍지도 않다
이강주가 분위기를 깨고 중간에 나올 수 있는 인물이 아니지
흥수는 강주를 바라보며 전화를 건다
유리창 너머 강주의 표정이 안절부절한다
전화를 받지는 않고 분명 테이블 아래서 울리고 있을 휴대폰과 앞에 앉아 있는 웬 아저씨를 번갈아가며 힐끔거린다
강주가 뭐라뭐라 말을 전하는 것이 보이고 말을 들은 아저씨가 뭐라고 외친다
주변에서 갑자기 강주에게 번갈아가면서 뭐라고 하고 건너건너쯤 앉아 있던 여학생이 호들갑스럽게 다가와 강주 손을 붙든다
강주의 얼굴에 난감함을 감추는 웃음이 떠오른다
저렇게 티를 내는데 어째 아무도 모르냐
모임에 약한 강주의 성격 탓에 벌어진 난처한 일들은 술주정 때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을 하니 좀 짜증이 난다
이제는 아주 나서서 술잔을 들고 건배 제의를 하는 모양이다
흥수는 결국 못 참고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 자, 오늘 고기 맛도 좋고 이 한 몸 바쳐서 분위기 한번 살려보겠습니다~ 다들 잔 들어주시구요~
활기차게 외치고 있는 강주를 보니 부아가 치민다
얼씨구!
미련한 것도 작작해야지
니 몸을 왜 거기다 바치냐 나랑 약속한 건 어쩌고
문앞에 삐딱하게 서서 이 상황을 보고 있던 흥수가 저벅저벅 걸어가 막 다음 말을 외치려는 강주의 손목을 턱, 잡는다
- 제가 선창을 하.... 헉....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어 흥미진진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손목을 잡힌 상태로 어버버 굳어버린 강주의 손에서 잔을 내려 놓는다
- 강주가 저랑 약속이 있어서요. 좀 데려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 야 뭐야 놔줘 이거
그대로 식당 밖으로 끌려나온 강주가 뒤늦게 흥수의 팔을 두드린다
그냥 건배제의만 하고 나오면 되는 거였는데 얜 또 언제 들어온거래
약속이 있어서 가보겠다는 말을 조용히 교수님께만 전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말을 꺼내자마자 순식간에 니가 가면 분위기 죽는 거 안보이냐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거면 인정해주마 아니다 나는 남친 없는데 너만 보낼 수 없다 등등 온갖 농담 섞인 비난이 쏟아졌고
그러면 제가 분위기 띄우는 차원에서 시원하게 건배제의 하고 한 잔 원샷하고 가겠습니다 - 뭐 이렇게 정리된 참이었다
말만 저렇게 하지 어차피 떠나고 나면 자신이 언제 나왔는지 기억도 못할 걸 아니까 한잔 마셔주고 분위기나 띄우고 나오자 싶었던건데
이제 내일 학교 가면 널 데리고 나간 걔는 누구냐고 입방아에 오르게 생겼다
이자식은 왜 오지랖 넓게 나서서...
에고 한동안 피곤하겠네...
그제야 손목을 놓아주는 통에 급하게 들고 나온 가방을 다시 메고 신발도 제대로 신고
아무래도 한마디 해줘야겠다 싶어 고개를 확 드니
이미 이걸 어떻게 할까 하는 표정으로 흥수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나 또 뭐 잘못했나? 아닌데 나 진짜 금새 나오려고 노력했는데...
그래도 기다린 건 박흥순데 나오면서 너무 짜증냈나?
우물쭈물하는 강주를 한참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쳐다보던 흥수가 핀잔을 준다
- 왜 무리해서 웃고 있는 건데
- 응? 티났어?
- 그럼 티가 안나냐
- 아하하 보통은 티 안나는데.. 교수님 말씀이 좀 길어서... 역시 고남순 말대로 박흥수는 척하면 척인가?
어색하게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데도 흥수는 흔들림 없이 굳은 표정이다
- 말 돌리지 말고. 그동안 연락은 왜 안 된 거야?
- 어? 아니 뭐 그냥 좀 바빠...
- 거짓말 하지 말고
좀 넘어가볼까 했더니 단호하게 잘라버린다
에잇 꼭 내 입으로 말하게 만들지
강주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솔직하게 대답한다
- 그게... 너 여자친구 생겼잖아
- ....근데?
- 어쨌든 일단은 내가 성별은 여자니까. 여자애들은 그런거 엄청 신경쓰여한단 말이야
아니 너랑 나랑 무슨 관계란 건 아니고 오히려 내가 너한테 엄청 신세 많이 진 채무관계 같은 거긴 한데
그래도 혹시 니 여자친구가 오해하면 어떻게 해
- ...
- 나 같으면 내 남자친구한테 아무리 친구라도 힘들다고 막 불러내서 술주정하고 그러는거 싫거든
아무리 둘이 친해도.. 그게 여자면 더 그렇고
그리고 보통은 남자애들이 여자친구 생기면 연락 잘 안되니까
괜히 내가 연락하고 그랬다가 니가 미안하다 그러면 서로 불편하고 그럴 수도 있고....
이 말 저 말 끌어와서 엄청 변명을 하는데도 한마디 대답이 없다
아 진짜 눈치보여서... 다 너 잘 되라고 그런건데 죄지은 꼴이 됐다
- 니가 걱정할 줄 알았으면 미리 말할 걸 그랬다 이 누님이 너 맘 편하라구 그런건데 아하하하...하...
얼버무리려고 멋쩍게 웃는데도 반응이 없다
완전 어색한 침묵이 한참 흐르고 참다못한 강주가 아무 말이나 해버릴까 싶어졌을 때
흥수가 비로소 입을 연다
- .... 우선은 말이다... 너,
내가 오빠인 건 알고 있냐?
뭔가 짜증내는 포인트가 잘못된 거 같은데; 싶지만
- 응? 아.... 아.... 뭐 일단은 그렇지만.... 그동안 친구로 지냈으니까.... 그냥.... 친구 하면 안될라나...?
그래도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말을 하는 게 반가워서 헤헤 넉살좋게 눙쳐본다
- 너 나랑 친구 안한다며
- 어..? 아니 내가 언제... 그런 건 아니고... 니 여자친구가 기분 나빠할까봐 그런거지... 내가 언제 친구 안한댔냐....
불안한지 손을 가만히 못 두고 계속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변명하는 강주를 보니 웃음이 나지만 흥수는 꾹 참고 무표정을 유지한다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장점이라고 해야할지
굳이 나서서 안해도 될 짓을 해서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게 단점이라고 해야할지
여자친구라.
이제야 왜 갑자기 여름 이후에 연락이 안 된 건지 이해가 된다
언제 지나가는 걸 봤나 보다 딱히 물어보지도 않더니만
여느 때처럼 자신에게 고백해왔고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어서 수락했고 여느 때와 같은 과정을 거쳐 헤어진,
분명 좋은 사람이었지만 결국 또 자신의 무심한 태도에 질려하며 떠났었다
대체 사람이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안단 말이냐 싶어 억울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딱히 잘한 것도 없긴 했고...
특히 헤어질 즈음엔 연락이 되지 않는 강주 때문에 예민해져서 세상이 다 무채색으로 보이던 시절이라
제대로 여자친구를 돌아볼 노력도 안했던 게 사실이어서 올 게 왔구나 역시 내가 나쁜 놈이구나 하고 말았다
설마 그런 이유로 강주가 연락을 끊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둔한 건 강주가 아니라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넌 어차피 사람에 관심도 없지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잖아
전 여친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생각난다
별 항변도 못하고 긍정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람에 관심 없는 게 아니다
미안하지만, 그녀에게 관심없는 거였다
바로 앞에서 불안한지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어디로 튈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강주가 어떤 상태인지는
작은 단서 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는데
무리하고 있는지, 기뻐하고 있는지, 괴로워하고 있는지, 언제라도, 바로.
- 친구 할 생각은 있는데 여자친구가 마음에 걸린다?
여전히 굳은 얼굴로 흥수가 묻는다
계속 눈치만 보고 있던 강주는 그 말이 반가운지 얼굴빛이 반짝 하더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이렇게 알아보기 쉬운데 어째서 사람들은 모를까
주인 보고 좋아하는 강아지 같아서 우쭈쭈 해주고 싶은 걸 참는다
아무래도 이 깜찍한 이야기주머니 녀석은 아무도 못 보게 혼자 가져야겠다
- 그러면 내가 여자친구가 없으면 되는 거냐?
응? 아니 뭐 그렇게까지...
예상치 못한 말에 좀 놀란 기색으로 웅얼웅얼하는 강주를 보니
남의 일에만 오지랖 넓고 정작 제 자신에게는 둔한 이강주에게 무슨 말을 해야 제대로 알아들을까 싶다
흥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를 덧붙인다
- 아니면 니가 내 여자친구가 되면 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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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다!
냔들의 댓글은 진짜 놀라운 힘이 있구나.... 난 하루에 두편도 쓸 수 있는 거였어...
너무 길어서 미안; 근데 이걸 쓰다보면 흐름이 연결되는 거라 또 나눠서 올리기도 뭐해서;;;
약간 이야기가 산을 타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즐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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