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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즈막한 대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복도에 움직임이라고는 다만 끝의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부터 춤을 추는 먼지뿐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드륵,
하고 병실의 미닫이 문이 열린다
복도 거의 끝에 있는 방 앞 의자에 앉아 멍하니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윤진이 고개를 번쩍 든다
병실에서 나오던 간호사가 윤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의자에서 일어난 윤진은 조심스럽게 병실에 들어선다
창의 블라인드를 반쯤 내려친 탓에 병실의 끝자락까지만 겨우 햇살이 닿아있다
한켠에 놓인 가습기가 하얀 김을 뿜어내고 온도는 자동으로 조절되고 있을텐데도 어딘가 차갑고 건조하다
윤진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휙,하고 공기를 느껴본다
아직은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바깥공기가 섞여버렸을까
제가 방금 연 문을 따라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고 사라락, 문을 닫는다
생각보다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안의 기척을 살피지만 별다른 동요는 없다
창가에서 약간 떨어진 안쪽 그늘에 놓여있는 침대로 소리 내지 않고 다가서서 고요하게 잠든 호준을 슬프게 내려다본다
'잘, 있었어?'
마음 속으로 묻는다
대답하지 않는 그는 지금 어디를 헤매고 있는 걸까
손을 들어 가만히 얼굴에 대려다 살짝 물러선다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선을 따라 그려내린다
반듯한 이마
길게 뻗은 속눈썹이 가지런히 감겨있는 눈을 지나
일부러 깎아두래도 어려울 것 처럼 오똑한 콧대를 지나서
굳게 잠겨있는 입술을 따라
날카로운 턱선에 이르기까지
혹시나 잠을 깨울까 겁내는 것처럼 얼굴에서 미세하게 떨어진 손이 이 윤곽을 잊지 않겠다는 듯
눈을 감고도 얼굴의 형태를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간절하게 꼼꼼히 몇번이나 쓰다듬는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차마 건드리지 못하는 윤진이 슬프게 손을 거둬들인 후에도
호준은 미동 하나 없이 고요하게 잠들어있다
평온하게 잠든 것처럼 보이는 그가
지금처럼 평화로운 시간은 잠들었을 때,
그러니까 진정제를 맞고 잠든 시간 뿐.
'누구세요?'
그의 질문은 비수처럼 심장을 관통했다
어째서였을까
하필 그 날, 그 순간이었어야만 했을까
이 순간 나는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하는 걸까
내가 누구,라고 말해야하는 걸까
하늘에 있다는 신을 향해 질문할 기회마저 빼앗겼다
윤진이 채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윤진을 바라보고 있던 호준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고 호준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윤진아, 니 괜찮나'
모든 힘을 끌어내서 간신히 구급차를 불러 호준을 데리고 병원에 입원을 시킨 후 완전히 지쳐서 의자에 무너진 윤진에게
급하게 호출을 받고 달려온 해윤이 안쓰럽게 물었다
무슨 말이냐는 듯 겨우 고개를 들고 바라보자 해윤은 손짓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들어온나, 치료 받아야지'
그제야 자신이 맨발이라는 것,
그리고 아마도 그 방에서 찔린 유리에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게 견뎌야하는 마지막 상처였다면
그랬다면
이렇게 몰래 그를 바라봐야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병실에서 깨어난 호준은
아무것도,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기억,
아니,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굳게 입을 잠궜다
깨어난 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천장이나 벽이나 창밖을 바라보며 지냈다
모든 행위는 생존을 위해서만 이루어졌고 의식적으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듯 했다
'생각중이다'
대체 왜 저러느냐고, 묻는 윤진에게 곤란한 듯 해윤은 대답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동시에 들어와서, 일종의 과부하가 걸린기다,
시간이 필요할기다, 다 받아들이고 지가 납득할 시간을 좀 주자'
세계를 잃어버린 사람인 것처럼
호준은 자신의 세계에 갖혀 헤매고 있다고 했다
그 세계의 끝까지 가서 답을 찾으면 돌아올 거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 뿐이라고
그렇게 설명한 해윤도
어째서 내내 멍하게 하루를 보내는 호준이 단 한가지에만 반응하는 건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호준이 의식을 차리고 첫 면회 때였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해윤의 설명을 듣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윤진이 떨리는 마음으로 병실에 들어서서 호준의 이름을 불렀을 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호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그리고
호준은 발작했다.
두려운 추격자를 만난 도망자처럼
아니
그림자를 빼앗긴 피터팬처럼
시계 소리가 들리는 악어를 알아챈 후크선장처럼
호준은 덜덜 떨면서
금새라도
부서질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쓰러졌다
'... 준이, 자가 지금은 좀 놀래가 그런 갑다'
말끝을 흘리는 자신없는 해윤의 말에 윤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발작하는 호준의 모습을 본 건 처음이 아니었다
일년 전에 있었던 사고 직후, 그때도 막 의식이 돌아왔던 호준은 윤진을 보고 꼭 지금처럼 도망치듯 발작을 일으켰었다
그래서 14년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절망은 했으되 놀라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봉인해버린 거라면 어째서 십년이 아니라 십사년이었을까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곱게 자란 그가 세상의 풍파를 한 몸으로 받기 시작했던 건 IMF, 꼭 십년 전이었는데
십사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가, 왜 그때로부터의 기억을 봉인할 수 밖에 없었는가, 를 거슬러가다보면
그 끝에는
윤진, 자신이 있었다
기억을 닫아버릴 정도로
그렇게 기억을 지우고도 자신을 보기만 해도 경련할 정도로
그렇게 싫었던 걸까
그렇게 자신과 함께한 순간들이 끔찍했던 걸까
그를 떠나면서도
그것이 호준에게 좋은 일이 되길 바랬다
이런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윤진은 가만히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
낮은 숨소리만 새액,하고 들리는 병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병실에 늘어진 해그림자가 길어지면 주어진 시간도 끝나겠지만
그러나 이 순간만은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 뿐.
윤진은 살짝, 아주 살짝 호준의 손 위에 제 손을 겹쳐본다
그때, 널 떠났어야 했는데.
생각한다.
먼저 손을 놓은 건 자신이면서도
없었던 것처럼 살려고 했으면서도
막상 기억을 잃어버린 호준을 완전히 떠날 수 없었다
그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아서 더욱 그랬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그를 차마, 놓을 수가 없었다
그토록 자신을 지워버리려고 했던 그를
왜 똑같이 지워버릴 수 없었을까
저를 보고 발작하기 직전 격하게 흔들리던 눈동자
상처입은 짐승처럼 거부하는 떨리는 손
윤진은 그 모든 아픔을 받아들였다
그저,
그건 자신이 손을 놓아버린 댓가라고 여겼다
그저,
그가 건강해진 모습을 확인하기만 하면,
그러면 떠나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회사에 복귀할 즈음에 윤진도 회사 앞에 꽃집을 냈다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었다
어쩌면 그의 얼굴을 스치듯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때로 성균은 호준의 퇴근을 알리는 연락을 해왔고 그럴 때면
아무것도 모르는 듯, 모든 것을 잊은 듯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건, 오로지 자신의 잘못.
자신이 그를 보듯 그 또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가 그 문을 열고 들어와 꽃을 찾았을 때, 어쩌면 그때 도망쳤어야 했을까
처음 사랑에 빠진 것처럼,
예전의 그 모습, 그 눈빛을 하고
성큼 다가서는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온 몸에 추를 단 것처럼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럴수록 마음의 무게는 날로 무거워졌다
그의 인생에 다시 개입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는데
그때 그를 외면했어야했는데
아니
처음부터,
그에게 약속했던 대로 떠났어야만 했는데
그의 곁을 '걱정된다'는 이유로 맴돌지 말았어야 했는데
'욕심'
그를 놓을 수 없는 자신의 욕심.
바라봐주지 않아도 좋으니 확인만 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
그리고는
욕심은 날마다 조금씩 자라나서
바라봐주길 바랬고
다가와주길 바랬고
안아주길 바라고
떠나지 않길 기도했다
... 그 욕심의 댓가로
그는. 또.다.시. 저를. 잊었다.
그때,
널 떠났더라면
널 보냈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널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미안해'
윤진은 조용히 속삭인다
성균이 말했을 때 바로잡았어야했다
적어도 그때였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아직 감정이 다 자라기 전에
그랬다면.
적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까
호준은 어쩌면 서서히 기억을 되찾고
천천히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자신이 그토록 망설이며 유예하지 않았다면.
벌써 한달째
아직도 당신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그대는
언제쯤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까
윤진은 잠든 호준을 바라보며 서글프게 묻는다
그대의 잠을 깨울 누군가는,
더이상 내가 아니겠지
'사랑해'
속삭인다
무슨 말도 이제 그에게는 가닿지 않지만
'사랑해'
그의 거칠한 입술에 살며시 입맞춘다
'돌아와, 날 잊어도 좋으니'
심장이 또다시 두 개로 찢어진다
그러나 이 심장을 바쳐서 그가 돌아올 수 있다면 몇번이라도 기꺼이.
윤진은 조심스럽게 호준에게서 입술을 뗀다
아무것도 건드릴 수 없는 그 세계에 잠든 그는 평온하다
평온하다
그는 저렇게나 평화로워보이는데
저렇게 아무 일도 없는 듯
가만히 잠든 호준을 바라보고 있던 윤진의 눈에서 도르르 눈물이 떨어진다
혹시나 떨어질까봐 얼른 손등으로 닦아낸다
고개를 흔들어 겨우 눈물을 멈춘다
흐릿해졌던 시야가 다시 맑아지기까지 몇 초.
그 순간 동안마저 호준을 놓쳤을까 조바심이 난다
이제
몇 분 후면.
윤진은 다시 한번 호준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아주 천천히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듯 손과 눈에 그를 담는다
'잊을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다
'잊어줘'
믿을 수 없는 부탁을 한다
'날.... 잊어줘'
그토록 내가 괴로웠다면,
나와 함께한 순간들이 이렇게나 괴로운거라면
차라리 나를 잊어줘.
호준을 바라보고 있는 윤진의 눈에 결국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고 만다
손으로 닦아내는데도 하염없이 눈물이 솟아오른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하고 그저 내버려두다 고통스럽게 숨을 멈춘다
'안녕'
속삭인다
'사랑해'
그의 귓가에
'날 잊어줘'
이것이 그대를 향한 나의 마지막 바람.
=
- 호준이는? 잘 있나?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나정의 목소리에 일화는 후다닥 휴대폰을 감싸고 병실을 빠져나온다
- 엄마? 와 말이 없노, 무슨 일 있나?
"가시나, 좀 조용히 말해라,"
겨우 병실 밖 복도로 나와 조용히 야단친다
힐끔 병실 안 동정을 살핀다
다행히 호준은 여전히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 내 목소리 큰 거야 엄마 닮았다 아이가, 아는? 잘 있나?
"내도 금시 왔다, 고만 좀 보채라, 엄마 아직 숨도 못 돌맀다, 아는 잘 있는 거 같네"
일화의 대답에 나정은 안심한 듯 한숨을 쉰다
제 딸이지만 이놈의 오지랖은 참 넓고도 넓다 싶어 일화도 저절로 한숨이 난다
호준이 다시 입원을 하고 불과 2주 후 나정은 출산을 했다
예정보다 조금 빠른 출산이었다
나정의 몸조리와 갓난아이를 돌보느라 미처 호준까지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 나정과 일화의 마음에 걸렸다
그땐, 그저 윤진이 있으니 괜찮으려니 했었다
일화는 다시 한번 병실 안, 호준을 돌아본다
나정의 감기 때문에 며칠만에 들린 병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다
- 뭐하고 있는데
"... 똑같다, 창 밖만 보고 있지"
곧 이어진 출산으로 아직까지 문밖 출입을 못하고 있는 나정은 자신의 탓으로 호준이 충격을 받은 거라며 막막해했다
이 모든 책임의 절반은 자신에게 있는 거라며, 매일 병원에 호준을 보러 가겠다고 보채는 나정을 대신 해
매일같이 병실에 들러 호준을 보고 나정에게 변하지 않는 호준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 일화의 일과가 되었다
날마다 똑같은 자세로 앉아 멍하니 초점없는 눈동자를 하고 있는, 무슨 말에도 반응하지 않는 호준을 보는 것은 일화도 마음이 아팠다
호준의 지난 험한 인생 굴곡을 다 아는지라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면 저럴까 싶어서,
얼마나 지치고 버틸 기운이 없으면 저렇게 오래 헤매고 있나 싶어서
스스로를 닫아버린 저 애가 너무 안되고 아파서 마음이 쓰라렸지만,
그러나 어른인 자신까지 흔들리면
아이를 낳고 조리를 해야하는데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정도
날마다 나정에게 전화를 해 호준의 안부를 확인하는 성균도
그리고....
어느날 훌쩍 사라져버린 윤진까지.
자신의 눈에는 아직도 스무살로만 보이는 이 아이들을 어찌 잡아줄까 싶어 일화는 겨우 마음을 다잡는다
- 말은 좀 걸어봤나? 반응은 좀 있더나?
"어데.. 인자 왔다카이, 쪼매 있어봐라"
- ... 어...
다독이는 일화의 말에 나정은 말끝을 흐린다
- 근데.. 엄마
"와"
- ... 윤진이.. 얘기 해봤나
나정의 말에 일화는 멈칫 한다
"... 연락없제"
침묵하던 일화는 잠시 머뭇거리다 도로 묻는다
- ... 아직.
수화기를 사이에 둔 두 모녀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윤진은 모두가 호준에게 집중하고 있던 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살고 있던 집에서는 딱, 트렁크 가방 하나만큼의 짐만 없어졌고
어느새였는지 꽃집은 정리한 후였으며 휴대폰을 포함해 아무런 연락도 닿지 않았다
모두가 윤진의 잠적의 이유를 짐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진을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마도 나정이 홑몸이었고 좀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제 모든 인맥과 능력을 동원해서 윤진을 찾아나섰겠지만
지금은 나정이 하필 거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때였다
일화는 나정의 부탁으로 대신 윤진의 여수집과 몇몇 갈만한 곳을 알아보았지만 윤진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 호준이라도 좀 괜찮아지믄, 윤진이 찾기가 안 수월컸나, 그라고 윤진이 얘기에는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고
"... 급히 하지 말자, 준이 자도 시간이 필요하다 안하나"
-... 그 시간이 언제 오는데 대체. 그자슥은 대체 왜...!
"나정아"
나직하게 다독이는 말에 나정이 후우,하고 한숨을 쉰다
"기다리라, 엄마가 오늘은 한 번 말해볼게"
- ... 응
"훈이는? 잘 노나?"
- 방금 잔다, 아가 그래도 순해가 편타
"그래, 있어라, 엄마가 좀 있다 갈게"
- 어
아이 이야기를 나누자 조금 평온해진 목소리가 된다
일화는 나정을 다독여 전화를 끊고 병실 문의 창으로 병실을 들여다본다
조금 전과 똑같은 자세로 호준은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엔 아무 이상 없으니 곧 돌아올 거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해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떨군지도 어느새 한달이 다 되어간다
일화는 한숨을 한 번 쉬고 환하게 웃으면서 병실에 들어선다
"아이고, 호준아, 잘 잤나? 오늘 날씨 억수로 좋다 그자?"
일화의 말에도 호준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멍하니 있을 뿐이다
일화는 조금 마음이 짜르르 해오지만 티를 내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호준의 앞으로 가 눈을 맞춘다
"우리 아들 오늘 얼굴 억수로 좋네, 밤에 잘 잤는가베"
생긋 웃으며 올려다보지만 호준은 빤히 일화를 바라보다가 스윽 시선을 돌린다
그래도 처음엔 눈도 마주쳐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거라고 일화는 애써 스스로를 위안한다
"누구 아들이 이래 잘생깄는가 모르겠네, 얼른 일어나가 엄마랑 밖에 나가고 그라자, 우리 아들 잘생깄다고 자랑하고 싶어 죽겠다"
예전의 호준이라면 이런 실없는 소리를 먼저 했을 것을,
일화는 오래 전 시간이 바로 어제인 양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져서 일화는 재빨리 고개를 돌린다
"니 좋아하는 멜론 싸왔는데, 얼른 묵자"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스윽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가방을 주섬주섬 연다
먹기 좋게 잘라서 통에 담아온 멜론을 냉장고 위에 올려뒀던 작은 접시에 꺼내 담는다
멍하니 있는 호준의 앞에 침대 테이블을 내리고 접시를 올려놓는다
"호준아 무라, 니 좋아하는 기다"
손에 포크를 쥐어 주고 돌아서서 멜론 담은 통을 냉장고에 넣는다
고개를 들자 문득,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일화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냉장고 뒤쪽 창가에 놓여있던 화분을 집어든다
"엄마야 이게 뭐꼬"
이전에도 창틀에 화분이 놓여있긴 했지만 그땐 그저 초록색 잎사귀가 듬성듬성 난 정도였다
나정이 - 자기가 성격이 별나다는 건 알았는지 - 마음을 가라앉히느니, 스트레스를 푸느니 하면서 간혹 사들였다
금새 말라 죽곤 하던 허브 식물 같은 건가 생각하고 가끔 생각나면 물을 주었지만 이렇게 꽃이 피는 식물인 줄은 몰랐다
보랏빛이 도는 파란 작은 꽃이 망울망울 맺혀있는 화분을 감탄하며 바라보다 호준에게 돌아선다
"준아, 봐라 이쁘제,"
생긋 웃으며 화분을 보여주자 호준이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언제 이래 꽃이 핐나 모르겠네, 날이 따뜻했는갑다,"
화분의 꽃이 살짝 흔들린다
가냘프게 흔들리는 꽃을 보는 호준의 눈도 함께 일렁인다
처음으로 뭔가에 반응하는 호준을 보고 일화는 조금 놀라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좀더 가까이 꽃을 보여준다
"이래 이쁜 꽃을 누가 갔다놨을꼬"
일화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고 호준은 그저 뚫어져라 꽃을 바라본다
호준의 시선을 따라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이 꽃은 어떤 이름을 갖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차암, 곱다 그자? 꽃 이름이 뭔가 모르겠네,"
일화는 연약해보이는 꽃잎을 살짝 건드리며 중얼거린다
그저 길가의 풀꽃처럼 소박해보이면서도 파르스름한 빛이 도는 보라색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
화분을 들고 있는 일화의 움직임에 따라 꽃송이가 뭉쳐있는 가지가 흔들린다
"..... 물망초요"
나직하게 들린 목소리에 일화는 놀라 고개를 든다
몇달만의 대답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헷갈린다
아니 그 몇달만에 처음 듣는 호준의 목소리가 진짜인지 믿을 수 없다
아직도 일화의 손에 들려있는 꽃을 바라보고 있는 호준의 눈에서 굵은 눈물 줄기가 흘러내린다
어둠 속을 헤매고 다니다 지쳐서 그저 놓아버리고 싶을 때마다
그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편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들 적마다
멀리서 들려오던 속삭임이 그 사선의 직전에서 저를 멈췄다
돌아와 -
그리고 계속해서 귓가에 속삭이던 그 목소리,
지금 저 가녀린 꽃이 흔들리며 하는 말,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그 수줍은 고백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얼굴을 들고
호준은 감격에 차서 함께 울고 있는 일화를 향해 아주 오래 전처럼 싱긋 웃는다
"... 물망초, 네요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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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시간 동안 기다려준 냔들 고마워.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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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그렇게 슬프냐?"
호준은 훌쩍이고 있는 윤진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묻는다
윤진은 아직도 고인 눈물을 쓱쓱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니는, 그럼 저게 아무렇지도 않았다는겨?"
윤진의 퉁명스런 질문에 호준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니도 참 메마른 감성이다, 어찌 저걸 보고 안 울 수가 있대, 저래 감동적인 얘기를"
투덜투덜하는 윤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저렇게 저를 비난하고 있을 때 괜히 건드렸다간 본전도 못 찾을거다
호준은 싱긋 웃으면서 윤진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나 배고파야, 밥 먹자"
"니는.. 짐승인갑서, 어째 감성도 없고 오로지 먹는 것만 중요허냐, 사람이 말여"
"아 몰러, 나 짐승할텐게, 언능 밥 먹자고"
잔소리가 안 들린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흔든 호준은 팔에 더 힘을 줘서 윤진의 목을 끌어당긴다
귀찮다는 듯 호준의 팔을 털어내려다 결국 실패한 윤진은 콱,하고 호준의 팔을 물어버린다
"악!"
"그라니께 누가 사람 목을 그르케 조르고 있으랬냐?"
"니는 사람 목 암때나 따버린담서, 잠깐 끌어안고 있는 것도 못 참고"
"조용히 못허냐 확 목 따버리는 수가 있어야"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리는 걸 느낀 윤진이 나즈막히 협박한다
호준은 궁시렁거리면서 방금 물린 팔을 쓰다듬다 히잉,하고 우는 표정을 짓는다
"니는 영화 볼 때만 감성이 철철 넘치냐, 어째 개도 아님서 사람을 이르케 문대"
"... 그라니께 누가 그라고 땡기래"
징징거리는 호준을 힐끔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신경이 쓰이는지 자꾸 힐끔거리는 윤진을 눈치채고 호준이 씩 웃는다
"그르케 재밌었냐아?"
"암만,"
"워디가 그르케 슬퍼서 울었어?"
"니는 영화 안 봤냐? 마지막 장면 있잖어, 남자가 딱 보내줄라고 노래하고 들어왔는디 여자가 돌아와서"
영화, 사실은 안 봤다
애초에 별로 관심도 없었다
윤진이 이런 게 있대, 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흑백의 예술영화 따위 쳐다도 안 봤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영화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았다
아니 스크린을 제대로 바라본 시간이 다 합쳐서 일분은 될까
그저 러닝타임 내내 취업 때문에 동동거리느라 만나기 힘든 윤진을 마음껏 지켜보았다
대체 무슨 내용인 건지 처음부터 홀딱 빠져든 윤진의 시선을 따라 몇번인가 화면을 힐끔거리긴 했지만
그보다는 화면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윤진을 보는 편이 좋았다
두 손을 모았다가 저 혼자 발그레해졌다가 한숨을 쉬었다가 배시시 웃었다가 하는 윤진은
굳이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어떤 감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지 금새 읽혔다
그러다 - 아마도 지금 윤진이 설명하고 있는 바로 그 -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훌쩍거리면서도 가만히 뺨 위로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을 닦아낼 생각도 못하고 화면 속에 폭 빠져있는
멍한 표정을 한 윤진은 백만번 물려도 좋으니 꼭 껴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을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러니 영화 내용이라고 기억나는 게 없을 수 밖에
열심히 설명하고 있던 윤진은 싱글거리고 있는 호준을 알아채고 버럭 짜증을 낸다
"뭐여, 니 지금 듣고 있는겨?"
"응응, 듣고 있지"
"나가 뭐라 그렸는디"
".... 근디 그냥 남자 여자 만나서 좋아했다, 하는 얘기가 뭐가 그렇게 재밌냐아, 나는 도통 모르겄네"
"... 됐어야, 니랑 무슨 말을 더 허냐, 나가 바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얼버무리자 팩,하고 토라진다
아아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토라지는게 보고 싶어서 또 괜히 건드리고 만다
입을 삐죽 내미는 걸 한번 톡 건드려보고 싶은 걸 참고 호준은 그저 슬쩍 팔짱을 낀다
"윤진아,"
"...."
"아야 윤진아아"
"... 왜"
"나가 영화가 재미가 없어가지고 안 본 것이 아니고오"
"....."
"영화를 딱 볼라고 앉았는디 화면 속에 있어야 허는 절세 미녀가 내 옆에 떡,하고 앉아 있더랑게, 그란디 눈이 어디 돌아간대?"
"...."
"니가 고로코롬 이쁘지만 않았어도 나가 영화를 겁내 열심히 봤을 것이여, 나도 아깝당게, 니는 어째 그래 이쁘고 그라냐, 영화도 못 보게"
"... 치이"
호준의 애교섞인 넉살에 윤진은 기분이 풀려버렸는지 스륵 웃어버린다
윤진의 웃는 얼굴을 본 호준은 호들갑을 떨면서 눈을 가린다
"야, 그르케 웃지 말어야, 니 얼굴에 빛이 나서 나가 눈이 멀겄다"
"... 그만혀, 화 풀렸응게, 부끄럽다"
"... 진짠디, 안 믿는겨? 나 진짜 눈 멀 거 같은디"
"고만하라니께"
호준의 오버에 주위를 살피고 나직이 타박을 주던 윤진은 문득 뭔가 발견하고는 멈칫 선다
"왜?"
함께 걸음을 멈춘 호준이 의아하게 묻자 잠깐 호준을 올려다보고는 고개를 까딱한다
"잠깐만"
"어, 그려"
길에 선 호준에게 손짓을 하고 쪼르르 달려간 윤진은 한쪽 켠에 있는 화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잠시 후 조그만 화분을 손에 들고 나타나 저를 기다리는 호준에게 쑥,하고 내민다
호준은 화분을 보고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다
푸르스름한 보랏빛 작은 꽃이 함께 모여 피어있는 작은 식물이 윤진이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작은 화분에 담겨있다
바람이 살짝 불고, 윤진의 몸이 숨을 쉴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는 작은 꽃이 연약해보여서
호준은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저에게 내밀고 있는 화분을 받아든다
".... 이게 뭔디?"
"물망초여 그게"
"... 물망초?"
눈썹을 으쓱 하면서 되묻자 윤진이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아까 본 영화 제목이여, 제목도 모르고 간겨?"
"... 나야 니 얼굴만 봤다니께"
약간 민망해졌지만 그냥 멋쩍게 스을쩍 넘겨버린다
윤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흔든다
"... 그래서, 이 꽃 이름이 영화 제목이라고?"
"물망초,라니께"
"... 그러냐..."
제 손에 든 화분을 다시 유심히 살펴본다
조금 전에 본 영화의 제목과 이 꽃의 이름이 같다는 건 알겠는데, 그런데 왜 이걸?
호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윤진을 바라본다
살짝 화분을 들어보이며 고갯짓으로 묻는다
윤진은 뭔가 생각하는 듯 침을 꼴깍 삼킨다
"니, 진짜 영화 안 봤구나?"
"......"
"... 물망초에는 두가지 뜻이 있어야"
"?"
고개를 갸우뚱하고 꽃을 한 번 그리고 다시 윤진을 바라본다
"하나는 진실한 사랑"
제가 말해놓고는 윤진의 얼굴이 확,하고 붉어진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호준은 저도 모르게 싱긋 미소를 띈다
호준의 웃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윤진은 안절부절 못하고 약간 시선을 내리깐다
"그리고.. 다른 의미는"
또다시 침을 꼴깍 삼킨 윤진이 고개를 든다
윤진과 눈이 마주친 호준은 좀전까지 짓고 있던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는 걸 느낀다
대신 윤진을 만날 때면 평소보다 1.5배쯤 빨리 뛰던 심장이 이제는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
호준의 눈을 바라보며 윤진이 작게 속삭인다
아마도 그렇게 작은 소리를 내려던 건 아니었던 듯 제 목소리에 머뭇한다
나는 네가 좋은데 너는 내가 어떠냐며 들이대서 직설적으로 대답을 요구했을 때도
뭐, 나쁘지 않지만, 이라는 애매모호한 대답을 Yes로 간주해야했던 윤진이었다
언제나 좋아해, 라고 말하는 건 호준 쪽이었고 윤진은 그저 그 말을 고갯짓으로 받아주거나
그나마도 사람들이 많거나 지나치다 싶으면 단칼에 잘라버리곤 했다
방금 그 말이 윤진이 언제나 인색했던 애정표현이라는 걸 깨달은 호준은
부끄러운 듯 괜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윤진을 내려다본다
아아 어쩌지 조윤진,
넌 지금 나의 또다른 심지에 불을 당겨버렸는데.
".. 다른 의미가 뭐라고?"
호준은 시선을 피하고 있는 윤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나직하게 묻는다
윤진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가 호준이 바라보고 있는 걸 깨닫고 또다시 모른 척 시선을 내린다
".. 나를 잊지 말아요,"
윤진은 그저 대답을 반복하면서 또다시 볼을 붉힌다
그 모습에 미친 듯이 뛰던 호준의 심장이 덜컹 하고 멈춘다
"... 뭐라고?"
".. 나를 잊지 말아요, 라니께"
다시 묻는 말에 살짝 귀찮은 듯 대꾸하면서도 윤진의 뺨은 자꾸만 발그레 해진다
수줍게 시선을 떨군 윤진이, 이번엔 그저 농담이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눈이 부시게 예뻐서
호준은 순간 자신이 대체 무슨 영화의 어떤 장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을 한다
고작 일곱음절 뿐인, 이 가녀린 꽃의 이름을 빌려하는 그 고백이 흔들리고 있던 세상을 멈춘다
아무 말도, 미동도 없는 호준의 눈치를 살피려고 윤진이 살짝 눈을 치켜뜬다
순진하게, 조금 겁먹은 듯 보이는 큰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윤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호준은 화분을 들고 있던 손을 윤진의 허리에 감아 제 쪽으로 당긴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윤진의 뺨을 감싸고 아까부터 내내 거슬렸던 입술에 키스한다
살짝 호준에게 안기는 윤진의 허리 뒤에서
호준의 손 안에 있던 보랏빛 물망초 꽃이 흔들린다
나를 잊지 말아요,
약하게 속삭인다
윤진을 가득히 머금으며 호준은
그 일곱음절의 고백에 답한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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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새 쓰려고 했는데 꽤 오랜만이 되어버렸네, 잘 써지지 않았어 미안
2) 저 물망초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 병원에서 이건 무슨 꽃이지 - 물망초요. 하고 기억을 찾는 장면
어쩌면 저 장면을 쓰기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써온 건지도 몰라
그래서 아마 한동안은 조금씩의 수정과 보탬이 있을수도.. 잘 쓰고 싶었던 장면인데 사실 지금 썩 만족스럽진 않아서;;
3) 잘 쓰고 있는 걸까 걱정이 되기도 해. 감정에 무리는 없는 걸까. 사건이 너무 뜬금없는 건 아닐까. 서로 빠지게 되고 멀리하게 되는 감정들이 잘 전달되고 있는 걸까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그렇다고 이걸 일일이 확인하면서 쓸 수는 없으니... 그냥 쓰고 있지만... 혹시라도 개연성이 없잖아, 라던가, 이건 말이 안되잖아, 라던가, 무슨 감정이 널뛰기야, 라고 해도... 이 결론이 마음에 들려나 아직도 걱정이 되긴 해... 이미 정해놓고 쓰고 있었지만 말이야.. 미안, 나의 불찰이자 무능력이야 최선이었어 나의 능력으로는 이게
4) 기억상실의 이야기는 - 몬스타 Spotless Mind - Red Shoes 때 부터 언젠가 본격적으로 써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쓰게될 줄은 몰랐어
그리고 이제 고백해도 되겠지. '물망초'라는 모티브와 이야기는 - '가네시로 가즈키'의 '연애소설'이라는 단편집에 실린 '꽃'의 참조야. 아니 어쩌면 거의 각색이라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네 일단 물망초 관련한 건 그래. 내가 아는 한 가장 완벽한 러브스토리거든 꽃의 도리고에 부부의 이야기는. 사실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라 어느정도까지 참조가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좋아하는 이야기이고 인상이 깊게 남았으니 꽤 유사하다고 봐야할거야, 사람에 따라서는 표절,이라고도 볼 수 있으려나. 일단은 그래.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식으로 소화해서 한번 써보고 싶었어. 한번은.
5) 꽃과 기억상실에 대한 나의 이야기와 몇가지를 섞은 이 이야기에서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건 유산-조산-아이의 죽음.
이렇게 서로에게 의지했던 부부가 헤어질 정도의 고통은 무엇일까,해서 떠오른 클리셰.. 였지만 차마 아이를 죽게할 수는 없었어 조산이 그보다 덜 아픈 일이란 건 아니지만, 어느 쪽이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해태와 윤진이에게 온갖 고통은 몰빵해서 줘놓고 마지막에 그나마 덜 고통스러운 걸로,라며 고른 게 좀 우습긴 하지만.. 하여간 그랬어.
6) 멜로... 같았을까 이거... 분명 해태야_멜로하자_욕망폭발글. 이라고 못박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게 멜로 맞나 싶은..
7) 그래도 아직 좀더 남았어. 이게 끝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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