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수업]
=
철렁,
- 꺄악!
골대의 그물이 출렁하자 톤 높은 비명 소리가 튀어나온다
경민은 팔짱을 낀 채 술렁이는 주변을 돌아본다
- 방금 어떻게 넣은거야 대체? 몇 명 제쳤지?
- 세 명? 어떻게 몸이 저렇게 뜨냐? 완전, 대박
- 원래 저렇게 멋있었나 이이경?
경민을 뺀 모든 여학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경은
방금 벌어진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웃으면서
함께 뛰고 있는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흥, 다 요행수지
골 넣은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해?
삐딱한 마음에 혼자 투덜거려본다
어쩌다 넣은 게 아니란 것쯤은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폄하하고 싶다
고2의 마지막,
그러니까 이럴거면 차라리 겨울방학 쭉 붙여서 쉬지 뭐하러 굳이 나오라고 그래서 일주일 남짓 있다가 또 봄방학을 하는지 싶은,
고2도 아니고 고3도 아니고 마음은 이미 고3인데 아직은 고2 교실에서 앉아 있는 어중간한 시간.
경민의 마음 같아서는 그냥 교실에 앉아 자습이나 했으면 좋겠는데
몇몇 시끄러운 - 예를 들자면 반대편 스탠드에 앉아서 소리 지르고 있는 기덕 같은 - 아이들은 안 그랬는지
'마지막' 체육 시간이라는 것에 엄청난 의미 부여를 했다
결국 비가 약간 내린 오후, 체육 수업을 위해 강당으로 이동하고 말았다
이 시간에 문제집을 풀었으면 챕터 하나는 더 끝냈겠다
속으로 계산해보고 부아가 치민다
왜 내가 뛰지도 않을 건데 여기 나와서 앉아있어야 하는 걸까 시간 아깝게
경민은 삐딱한 자세로 팔짱을 끼고 차갑게 코트를 내려다본다
강당 양쪽에 세워진 농구 골대 사이에서 열 명의 남학생들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슨 기준으로 짠 건지 모르겠지만
그날의 팀은 유독 이 반에만 많은 키가 큰 남학생들을 각각 나눠가졌다
이이경과 이지훈, 고남순과 박흥수.
키 큰 걸로는 아무래도 고회장이랑 박흥수 쪽이 낫지 않을까?
게다가 경기도 일짱을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라는 예상은 철저히 빗나가고 말았다
휘슬이 울리고 공을 허공에 띄우자마자 날아오르듯 뛰어오른 이경이 농구공을 가로챘고
그 이후로 거의 뺏기지 않은 채 이경과 지훈 둘이 코트를 휘젓는 중이었다
일방적이다시피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반 전체가 이렇게 경기에 몰입하고 있는 건
저렇게까지 농락당할 수도 있구나 싶은 (주로 남순과 흥수인) 상대편의 의외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체 어떻게 그동안 숨기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는 화려한 기술들을
이경과 지훈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다시 와, 하는 함성이 쏟아진다
또다시 이경,이다
지훈이 드리블해서 들어가다가 상대편의 수비에 막히자 공을 백 핸드 패스하고
그걸 그대로 받은 이경이 라인 밖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다
환하게 웃으면서 지훈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뛰어가는 게 무슨 하이틴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순간 반짝, 하고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빛나며 흩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 우와, 저게 되는 거야 원래?!
- 진짜 멋있다!
주변의 여자애들이 꺅꺅거리면서 환호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멋있긴 누가 멋있다고,
돌아보니 평소 감탄사가 많은 강주는 물론이고
그렇게 냉정하기 그지없던 하경마저 손 모으고 환호중이다
그 환호의 절반은 남순과 흥수를 향한 놀림이었겠지만
그래도 반 전체가 이 경기에 휩쓸리고 있는데 저만 뚝 떨어져있는 것 같아서
경민은 어쩐지 불편한 마음에 입을 삐죽 내밀고 만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쳇.
객관적으로 말해서, 농구 같은 거 잘은 모르지만, 지금 이경과 지훈이 잘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생각해보면 운동신경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승부욕도, 어울리지 않게 꽤 있었다
그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둘이 남아서 짝피구를 해야했을 때도
빠른 속도로 저를 휘휘 돌리고 끌면서 피해다녔다
그냥 일찍 죽어서 어디 기대 쉬어야겠다,는 초반의 계획은 오간데없이
거의 마지막까지 못 죽고 끌려다니는 통에 경기가 끝나자 허기가 심하게 졌다
안 그래도 다이어트하겠다고 점심도 절반만 먹고 저녁까지 거를 참이었는데
결국 저녁으로 칼로리 만땅의 핫도그를 섭취해야만 했다
그래도, 아주 조금... 달라보이긴 했지
공이 날아오는 걸 보고 정통으로 맞겠다,란 직감에 눈을 질끈 감았는데
확하고 강하게 손목을 잡혀서 휙 끌려갔다
와,하는 환호 소리에 눈을 떠보니 제가 손목을 잡힌 채 이경의 등 뒤에 서 있었다
그런 저를 바라보는 이경의 눈빛이 어쩐지 걱정스러운 듯도 하고 귀찮아하는 것도 같았다
동급생들이 환호하는 게 창피해서 후다닥 팔을 뿌리쳐버렸지만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숨길 수는 없었다
저한테 소리지르면서 책상을 집어던지려고까지 했던
지금 생각해도 덜덜 떨리는 그때 기억은 화나고 무섭지만....
그건 제 탓도 있었으니까... 뭐 그래...
뭐, 운동할 때 조금 멋있는 건 인정.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넌 그냥 쌩양아치야, 이 양아치야.
속으로 메롱, 하고 혀를 내밀자 괜히 복수한 기분이다
=
학교 끝나고 학원 오면서 급하게 먹은 샌드위치가 턱, 걸린 것처럼 속이 불편하다
경민은 제발 체한 건 아니길 바라면서 손의 혈을 꾹꾹 눌러본다
낮에 해도 떠있는데 부슬부슬 비가 오고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 춥더니만
결국 몸이 약간 안 좋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온 강의인데 괜히 몸 상태가 나쁘다는 이유로 놓칠 수는 없다
자리에 앉아 손을 꾹꾹 누르다보니 그래도 좀 내려간 것 같다
경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강의 노트를 꺼낸다
2월 한달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3번에 걸쳐서
사회탐구 필수 과목을 완성시켜준다는 이 족집게 강의 정보를 입수하고
꼭 가야겠다고 얼마나 엄마를 졸랐는지 모른다
총정리 강의라 그런지 3번밖에 안하는 강의의 강의료는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을만큼 비쌌지만
그래도 3학년이 되기 전에 남들도 다 듣는 거 나도 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엄마의 표정이 썩 밝지 않은 걸 알면서도 끝까지 우기고 말았다
내가 대학 잘 가면 다 잘 되는 건데 뭐
이 강의의 강의료를 생각하자 다시 속이 불편해지는 것 같아서 경민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한다
강의 노트는 겨우 100페이지도 안 될 것 같은 얇은 인쇄물이다
이걸 위해서 그 돈을 써야하다니...
강의의 토씨 한 글자도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통에서 검정과 파랑, 붉은 색 펜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혹시 몰라서 자를 꺼내려고 가방을 뒤적이는데
도르르, 책상 위 검정 펜이 굴러떨어져버린다
앗,
경민은 소리없이 낭패의 비명을 지르고
굴러가버린 펜이 멈춘 곳을 눈으로 찾는다
끼리끼리 모여듣는 이 수업에 엄마가 경민을 집어넣기 위해 억지를 쓴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누구와도 아는 척을 하거나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숨죽여 수업만 듣고 사라질 생각이었는데.
펜이 굴러가서 누군가의 책상 아래 멈췄다
경민은 줏어달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그냥 가서 집어오면 되려나 고민하면서
펜이 멈춘 책상의 주인을 바라본다
....!
어째서?!
어째서 네가 여기 있지?!
=
도저히 검정펜을 줏으러 가거나 줏어달라고 말할 수 없어서
결국 수업 시간 내내 필기는 파랑과 붉은 색 펜으로만 해야했다
그보다 머리 속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수업을 받아적긴 했는데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녹취를 했으니까 다시 정리하는 건 집에 가서 따로 시간 들여 해야할 것 같다
경민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후다닥 짐을 싸고 아까의 그 자리를 돌아본다
이미 자리가 비어있다
황급히 문 쪽을 보니 자리의 주인이 나가고 있는 게 보인다
저도 모르게 급하게 뛰어나간다
자리의 주인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안간힘을 다해 뛰어도 겨우 따라잡을까 말까 하다
경민은 마구 뛰어서 학원을 나서고도 한참을 더 간 거리에서 겨우 따라잡았다
- 야,
경민이 헉헉거리며 앞을 가로막고 서자
의아하다는 듯 저를 내려다본다
다시 봐도 똑같다
믿을 수 없지만 이경이다
- 너 여기서 뭐해?
이건 분명 몇몇에게만 공개된 족집게 강의다
저도 여기 끼어들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이경이 여기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있을 수가 없다
이경은 저를 보고 당황한 듯 쓱 한쪽 눈썹을 올린다
- 누구? 나 알아?
하!
이제 모른 척 하시겠다?
경민은 어쩐지 섭섭하고 짜증이 난다
아무리 큰 뿔테 안경을 쓰고 있고 어울리지 않은 가르마를 탄데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보다 이이경이 입을 거라고 상상도 못한
영어공부한다고 가끔 봤던 미드의 너드 캐릭터나 입을 것 같은 모범생의 극치인 차림을 하고 있지만
대체 이이경이 이이경이 아닌 척을 한들 어떻게 이이경이 아닐 수가 있단 말인지
얼굴만 봐도 딱 이이경인데.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는 새 지나치려고 한다
빠른 발걸음을 금새라도 놓칠 것 같아서 경민은 우선 팔을 붙든다
- ?
의아하다는 듯 돌아보는 그를 향해서 경민이 어이없다는 듯 묻는다
- 여기서 뭐하냐고 니가
- 수업 들었는데,
경민의 기세에 휘말려 대답하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한다
- 근데 누구길래 아까부터 자꾸 추궁이야?
아예 모르는 척 하기로 단단히 결심이라도 한 모양이다
이젠 저랑은 학교 밖에서는 말도 하기 싫다는 건가
자신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이경을 보면서 경민은 왜인지 억울한 마음이 든다
하기사 수업을 듣는 내내 힐끔힐끔 관찰한 이경은 도무지 이경이라고는 믿을 수 없긴 했다
안경을 한 손으로 능숙하게 올리면서 침착하게 필기를 하는 모습이라니,
학교에 돌아가 누구를 붙들고 - 붙들 누구가 딱히 떠오르진 않았지만 -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다
아마 경민이 지나친 스트레스로 헛것을 봤다고 할지도 모른다
저런 얼굴이 세상에 둘이나 있을리가 없는데
아무리 봐도 이이경이 맞는데, 아니라고 하니 미치고 폴짝 뛰겠다
그러니까 꼭 확인해야겠다
미쳤다던가 꿈을 꾼 게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 그럼 니가 누군데?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싶어서 일부러 심통맞게 물어본건데
경민을 보는 얼굴이 더 황당해진다
- 이.... 한영훈인데 나는.
이젠 아주 가짜 이름까지 대면서 거짓말이냐, 싶어 독한 눈을 뜨고 쳐다본다
정작 자신이 영훈이라고 주장하는 이경의 얼굴은 어.이.없.음. 그 자체다
- 누구랑 착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한영훈이야.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지더니
영어와 한글이 뒤섞인 낯선 학생증을 꺼내 들이댄다
미래고.
2학년 4반
Young Hoon ..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모르는 고등학교에
사진은 이경이 맞지만 이름이 정말 영훈,이다
영문으로 쓰여진 이름을 채 다 확인하기도 전에 영훈은 학생증을 도로 지갑에 구겨넣는다
- 됐지?
영훈의 확인에 그제야 경민이 퍼뜩 정신을 차린다
여전히 조금 황당해하는 듯한 영훈의 표정에 경민은 딱히 더 할 말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경민을 한번 더 보더니
영훈은 예의바르게 조금 고개를 숙여 목례하고는 빠르게 걸어가버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경민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뺨을 꼬집어 본다
아얏,
아무리 봐도 딱 이경의 모습 그대로인데,
아픈 걸 보면 제가 꿈을 꾼 건 분명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닮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낮부터 여우비가 오더니 정말 여우에 홀린 기분이다
오늘 농구 경기 봐서 내가 잠깐 미쳤나...?
아... 근데 이이경이랑 여우랑 좀 닮았네...
헉,
경민은 두 손을 들어 제 뺨을 세게 내리친다
정신차려 남경민,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여우 따위에 지면 안돼!
=
뭐?!
이상하다는 듯 계속 저를 쳐다보는 경민을 알아채고 이경이 위협하듯 눈을 치켜뜬다
깜짝 놀란 경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학교에 오자마자부터 이경이 계속 신경 쓰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봤던, 자신이 '한영훈'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애가 이경과 너무 똑닮았다
혹시 이경이 가명으로 등장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경민은 다시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이경을 훔쳐본다
암만 봐도 진짜 닮았다.....
저도 모르게 이경에게 어제 봤던 영훈의 스타일을 대입해본다
저 얼굴에 안경을 씌우고... 가르마를 오대오로 나누고...
.... 아무리 아무리 납득해보려고 해도
역시 같은 사람이라고 밖에 못하겠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 이경의 태도가 너무 덤덤하다
어제 그렇게 마주쳐서 진짜로 거짓말을 한 거라면
제가 이렇게 의심스럽게 계속 볼 때 뭔가 켕기는 구석이라도 보여야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오히려.....
또다시 이경과 눈이 마주쳤다
경민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도 한 것처럼 화들짝 놀란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경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아씨, 진짜.
오히려 왜 제가 켕기는 걸까
아닌 척 책상 위에 펼쳐놓은 문제집에 시선을 꽂았지만
몰래 장난치다 걸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 왜? 뭔데?
- 아냐,
뒤통수에서 이경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 남경민? 쟤 왜? 또 뭐라고 하든?
- 아니라니까, 거참 새끼 되게 시끄럽네
끈질기게 묻는 지훈과 귀찮은 듯 대답을 피하는 이경의 대화가 너무 또렷하게 들린다
내가 뭐 맨날 뭐라고만 하는 사람이냐!
변명하고 싶지만 그러면 정말 제가 이경을 훔쳐보고 있었다는 게 티가 날까봐 말도 못하겠다
경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더 수그리고 만다
할 수만 있다면 땅을 파고 들어가고 싶다
저벅저벅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제 옆에 멈칫, 멈춰선다
- 너, 나 좋아하냐?
저에게만 들리게 작게 말하는 소리에 놀라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확,하고 든다
딱히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경과 눈이 마주친다
점심 시간이라 교실이 시끄러워서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방금의 그 말은 너무 황당하다,
게다가. 이.이.경.에게서 남.경.민.이 듣기에는 너무나.
- 아.니.거.든.
역시 조그맣게, 하지만 절대 아니라는 걸 강조하며 한음절씩 또박또박 끊어 말하자
이경이 그럼 그렇지 라는 듯 피식 웃었다
- 근데 뭘 그렇게 보고 그러냐, 사람 오해하게
역시, 들켰다.
경민의 얼굴이 다시 확, 달아오른다
붉어진 얼굴을 보고 이경은 조금 놀랐다는 듯 입을 다물더니
곧 장난칠 거리를 찾은 어린애처럼 잔혹하고 해맑은 미소를 띄우며 속삭인다
- 알겠다, 남경민
대답을 못하고 어버버 하고 있는데
이경은 제 할 말을 마치고 휙 저를 지나가버린다
- 야, 왜 안 나와!
- 나가 이 새끼야 보채기는
밖에서 기다렸는지 지훈이 앞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자
이경이 여유롭게 손을 저으며 교실을 빠져나간다
이경이 나가고 한참 후에야 경민의 손이 뒤늦게 부들부들 떨린다
뭘! 뭘! 뭘 알았다는 건데!
당황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만 제 얼굴이 원망스럽다
경민은 책상에 그대로 머리를 감싸고 엎드려버린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니, 수습을 할 수는 있을까?
왜 하필 이이경이야!
=
나인,의 설정을 조금 끌어옴..... 요즘 즐겁게 보고 있거든... 나냔은 영훈맘 ㅠㅠ
오늘 비도 오고 갑자기 가벼운 걸 써보고 싶어져서 썼는데, 하아 오랜만에 쓰려니 어렵네.... 예전엔 좀더 쉽게 더 잘 썼던 것 같은데,
하여간. 즐겁게 읽어주면 고마워 :)
+
< 관찰 일지 Day 1. >
작성자 : 미래고 2학년 4반 이영훈
관찰 일시 : 2013년 2월 7일
- 19세의 남경민 양은 과연 본인의 주장대로 모범생이었던 것으로 추정됨
정확하게 말하면 모범생이라기보다는 딱 자기 자신과 공부밖에 모르는 에고이스트로 보이지만
그래도 진실을 말하면 목숨, 적어도 생계가 위태로울 수 있으니 본인에게는 함구할 예정임
- 19세의 이이경 군은 아직 만나기 전임.
대체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함
본인 말대로 인기 많고 즐거운 학창시절이었을지?
다음 관찰 시 확인해 볼 계획 임
- 19세의 남경민 양과의 접촉은 계획되지 않았으나 우연한 기회에 이뤄짐
나를 19세의 이이경 군과 착각한 것으로 짐작됨.
따라서, 19세의 남경민양이 19세의 이이경군에게 완전히 마음이 없었다. 라는 가설은 채택 불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발견.
-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서 한영훈,으로 소개함
(이미 접촉을 한 이상 왜곡을 어디까지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임, 만약을 대비해 선생님께 조언 구할 것)
- 아직까지 관찰 1회로 그 의미와 목적에 대해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음
과연 과거를 제대로 아는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
관찰 종료 시까지 그 중요성을 깨닫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음
조금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음.
- 다음 관찰일은 2013년 2월 14일로 계획.
=
'school > rain'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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