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인간이 극한상황에 닥치면 얼마나 정신이 또렷해지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 그의 부고를 듣고 병원에 도착하던 순간부터 마지막 그를 뿌리던 때까지
나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든 장면을 복기해낼 수 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 불길한 정적을 아직도 기억한다
텅 빈 복도
어째서 장례식장의 복도는 늘 그렇게 넓은 걸까
빈소로 향하는 문만 듬성듬성 크게 입을 벌리고 있을 뿐 사람 없는 복도가 마치 폐허처럼 느껴졌다
나는 멸망한 세계에 남은 최후의 인류인 것 같았다
그 휑한 복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있다는 감정을 처절하게 느끼게 하는 장치라도 되는 걸까
나는 길을 잃은 것처럼 참담해졌다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내 손을 잡고 있던 그가 사라졌다
나를 둘러싼 세계 전체가 무너졌다
겨우 찾은 그의 빈소는 처참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정신을 놓을 정도로 술을 마신 상태였고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의 친척들은 빈소를 건사하는 대신 합의금 얘기에 한창이었다
나는 유일하게 안면이 있던 그의 고모에게 인사하고 빈소에 들어섰다
급하게 인화했는지 들쑥날쑥 빛이 바랜 사진 속 그는 징그러울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웃었던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그와 찍은 사진이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영정 사진 속 앳된 얼굴은 중학교 무렵인 게 분명했다
스냅 사진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얼굴은 너무 밝아서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지만
나는 주섬주섬 가져간 아버지 양복을 입고 줄없는 완장을 찼다
그의 아버지는 빈소를 지킬 상태가 아니었다
자발적으로 빈소에 들어간 나를 보고 그의 낯선 친척들은 오히려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하루,
그를 보내기까지 내게 허락된 시간
빈소를 지켰던 시간은 모든 순간이 희뿌옇다
그의 영정을 끝없이 바라보다가 누군가 들어서면 기계적으로 일어서서 문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영정 사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대체 날더러 어쩌라고 가버린 걸까
나는 빈소에 앉아 있는 내내 그에게 물었다
넌 어째서 날 두고 가버린 거냐고
내 세계의 전부는 너인데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고
입관식에서 본 그는 교통사고의 흔적을 모두 씻어내고 깨끗했다
그의 아버지는 또다시 혼절했다
그의 친척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서서 나는 냉정하게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씻긴 그는 어느 때보다 하얬다
남자치고 유난히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이어서 기집애 같다고 놀리면 그렇게 짜증을 냈었는데
너 지금 딱 기집애 같다 새끼야
내가 이렇게 속으로 아무리 중얼거려도 그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금새라도 일어나서 나에게 버럭 화를 낼 것 같은데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억울해서 더 눈물을 참았다
울어버리면 인정하는 것 같아서
난 아직 그를 보낼 수가 없어서
인정하면 내가 지는 것 같아서
이 새끼야 일어나란 말이야
이렇게 도망가지 말고 일어나
일어나서 나랑 한판 붙어보자고
이게 무슨 쓸데없는 장난질이야
이런 거 재미없다고
나는 부질없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화장은 순식간이었다
인간이 한 줌 재가 되는 게 이렇게 간단한 일인가 허탈할 정도로
한시간 정도 지나고 그는 곱게 빻아진 가루가 되어 돌아왔다
항아리에 담긴 그를 안고 멍해져있는 그의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다드리고
집에 돌아와 나는 바로 누나를 찾았다
- 나 돈 좀 빌려줘
다짜고짜 돈을 달라는 내 말에 누나는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 어디다 쓰게
- ... 남순이, 돈 필요해 누나
그의 부고를 알고 있던 누나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내게 물었다
- 이미 간 애가 무슨 돈이 필요해
- ... 수목장 해주고 싶어 누나
- ... 그걸 왜 니가 해 그 집에서 하면 되지
누나 말이 백번 옳았다
그걸 내가 해야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상주 노릇을 한 것만도 충분히 선을 넘은 짓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누나에게 간청했다
- 내가 해주고 싶어 누나, 그녀석, 나무에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떨군 나를 보고 누나가 한숨을 쉬었다
누나는 내 다리 때문에 그를 미워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그를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더 그를 용서하기 힘들어했을 것이다
누나는 복잡한 눈으로 나를 말끄러미 바라보다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통장을 하나 내밀었다
- 니 대학 등록금으로 모아둔 거야 우선 이걸로 해
나는 아무 말 없이 내 미래였다는 통장을 받아들었다
- 갚을게, 꼭
- 니 꺼니까 니 마음대로 해
- 아냐 꼭 갚을게
누나는 다시 한 번 한숨 쉬었다
나는 그 한숨을 뒤로 하고 집을 나왔다
일주일 뒤, 양지바른 곳에 수목장을 분양받아 나무 아래 그를 묻었다
햇살이 잘 드는지 몇번이나 가서 확인했었다
그가 될 나무가, 그가 좋아했던 햇볕을 가득 받을 수 있도록
나는 그 자리를 떠나기 전 나무를 안고 빌었다
넌 왜 그렇게 가버렸나
나는 왜 홀로 남았나
행복해라 고남순 여기에서라도
그날은 2학기 개학식이었다
그때까지 난 눈물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
하루 늦게 등교했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그와 내가 각별하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담임은 그저 등교한 나를 확인하고 출석부를 덮었다
습관적으로 학교에 가서 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이미 세상은 슬로모션 이거나 패스트 모션으로 움직였다
나만 빼고 세계 전체가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저 수업이 시작할 때 고개를 숙이고 끝나면 고개를 숙였다
무슨 시간인지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멍하니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한 시간? 하루? 이틀?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 걸까
갑자기 누군가 나를 불렀다
- 박흥수
나는 마치 각성한 듯 깨어나 그 목소리를 바라보았다
한번도 말을 섞어본적이 없는 남자애였다
이런 애를 내가 알던가
공허한 내 눈빛을 읽었는지 그애는 빠르게 용건을 전했다
- 밖에서 좀 보자는데, 송하경이
나는 잠시 생각했어야했다
송하경
익숙하고 낯선 이름
잠시 후에야 그게 너의 친구의 이름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복도로 나갔다
하경은 마땅찮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 그때까지 멍해있던 나를 끌고 구석으로 갔다
- 약속이 다르잖아 어떻게 할거야
나는 하경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경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를 한 대 쳤을지도 모른다
- 강주에게 좋은 일이라고 했잖아 분명, 근데 애가 왜 그러고 있어
그제야 나는 하경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모두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던 그 날 아침
나는 건너건너 알아낸 하경의 번호로 연락해서 그날 나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
내가 왜 그래야하느냐고 시큰둥한 반응에
너는 친구라면서 이강주 마음도 모르냐, 그래야 둘이 잘되니 결국 다 좋은 일이다 라고 말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잠시 침묵 후 하경도 동의해주었더랬다
그때서야 너를 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하경에게 오히려 물었다
- 이강주 지금 어딨냐
하경은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
- 강주, 그동안 아파서 학교 안 나온 것도 몰랐어?
아팠다니 전혀 몰랐다
급격하게 굳는 내 표정을 보고 하경은 한심하다는 듯 일러주었다
- 개학 날 쓰러져서 어제까지 학교 못 나왔어 오늘 왔을거고
넌 왜 아팠던 걸까
너의 부재조차 몰랐다 나는
생각에 빠져 침묵하는 나에게 하경이 말했다
- 강주, 지금 고남순이 죽은 거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자기 만나러 오다가 사고 당한 거니까 제 탓이라고
- ...!
- 알아 나도 말도 안되는 거 근데 걔 지금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어 그러니까
하경은 스스로 한심하지만 나에게 부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 내키지 않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 아니라고 설득 좀 해줘 너 고남순 절친이었잖아 니 말이라면 믿을지도 모르잖아
퉁명스런 말투와 달리 꼭 부탁한다는 듯 간절한 눈으로 내게 다짐해왔다
나는 멍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널 찾아냈다
웃고 떠들며 농담하고 있는 너는 조금 창백해지고 아팠던 탓인지 볼이 해쓱했다
그것 외에는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네가
그의 죽음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내 고통 때문에 네 고통을 돌아보지 못했다
아마도 가장 충격을 받았을 또다른 사람은 너였을텐데
그의 죽음도 너의 고통도 막지 못했다
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
내내 뒷자리에서 너의 모습을 지켜봤다
멀쩡한 것처럼 지내더니 오후 들어 갑자기 조용히 손을 들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스레 나가는 게 마음에 걸려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따라나섰다
문을 열고 나서자, 아까 나간 네가 여전히 복도 끝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다
멈칫 하는 나를 보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나도 모르게 엉뚱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 괜찮냐
괜찮을리가 없는데
얼굴만 봐도 괜찮지 않은데
너는 그런 나를 외면했다
네 옆모습은 금새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언젠가의 그, 같았다
나는 충동적으로 널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네 손목을 잡아 당기자 너는 잠시 힘을 주고 버티다가 기운이 없는지 그대로 끌려왔다
옥상은 여전히 휑하고 하늘이 파랬다
언젠가 그와 미래를 얘기했던 그때처럼
언젠가 그와 라면 메뉴를 고민했던 그때처럼
나는 울컥하는 걸 참고 너에게 말했다
- 고남순 여기 좋아했어, 여기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고
그러니 너도 마음을 풀어놔봐
너는 내 말에도 계속 침묵했다
꾹 다문 입술에 거칠한 얼굴을 한 너는 내가 알던 너 같지 않았다
대체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힌 걸까 안타까웠다
- 얼굴이 왜 이러냐
까칠하게 마른 네 얼굴이 왜 눈에 들어왔을까
날 거부하는 눈을 보고도 난 왜 널 안고 싶었을까
교실에서 멀쩡하게 웃던 네 입매가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듯이 굳었다
창백해진 얼굴에 내 심장이 멎었다
- 너 때문이야
마침내 네가 꺼낸 말이 화살이 되어 날아왔다
- 너 때문이야 모두 다 너 때문이야
그 말들이 다 심장에 박혔다
그게 진실이므로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진실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교실 뒷편에 나른하게 기대있을게다
여전히 내게 방과후면 라면을 먹자고 했을 거다
내가 나서지 않았어도 언젠가 그는 네가 말했을 거다
그는 이미 그 눈에 너를 담고 있었으니까
내가 주제넘게 나서지만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여기 있었을거다
그러니 이 모든 죽음의 책임,은 내게 있다
그 명징한 진실.
내게 퍼붓는 너의 말들을 그대로 받아냈다
너의 말은 마치 부메랑 같아서 내게 박힐수록 너에게 돌아갔다
너는 나를 마구 내려쳤다
날 때리고 있는데 너는 마치 스스로 맞고 있는 듯 괴로워보였다
차라리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아무리 날 때려도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넌 어째서 힘도 없는 걸까
그의 죽음이 네게서 그 넘치던 에너지마저 빼앗아가버린 걸까
난 그저, 네가 웃어주길 바랬을 뿐이다
난 그저, 그가 행복해지길 바랬을 뿐이다
차라리.
차라리 내가.
- 차라리 네가 죽어버리지
너의 말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심장에 박혔다
진실이다
진심이다
내 심장에 박힌 이 비수가 네게도 꽂혀있는 게 보였다
넌 울지 않았지만,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넌 견딜 수 없다는 듯 스스로의 가슴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다는 듯이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널 보고 나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졌다
이건 모두 나의 탓이다
나를 저주해
나는 네 팔을 붙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끌어안고 입맞췄다
고통스럽게, 더 고통스럽게
네가 날 끔찍하게 기억하도록
밀쳐내려고 하는 널 억지로 붙들고
네가 몸부림칠수록 더 강하게
내게서 벗어나려고 애쓰던 네가 내 입술을 깨물었다
신음소리를 내며 나는 널 놓아주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오랜만에
그 시절, 그와 나눴던 피
입술에서 피가 흐르는게 느껴졌지만 닦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낼 줄 알았던 너는 놀란 눈으로 그저 나를 바라봤다
그 순간이 되어서야 넌 내게 관대해지기라도 한 걸까
나를 저주해라 이강주
그리고 네 인생을 살아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너에게 있지 않아
그를 죽인 죄는, 내가 안고 간다
마지막으로 널 내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대로 학교를 벗어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
그가 했던 말을 그때야 이해했다
- 그냥, 잤어
그 대답을 들었을 땐 말하기 싫어서 얼버무리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학교를 벗어난 나는 문자 그대로 일주일 동안 방 밖으로 한발짝도 나서지 않고, 잤다
인간이 삶의 목표가 사라지고 극한의 스트레스를 지나게 되면 그렇게 죽은 것처럼 영원히 잘 수도 있었다
잠은 얼마나 훌륭한 도피처인지
갑자기 학교에 나가지 않는 나 때문에 아버지와 누나는 화도 내고 설득도 했지만 나의 마음은 확고했다
의미가 없다.
아무것도.
거기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
정선생님이 찾아왔을 때는 조금 흔들렸다
강선생님은 나를 때리기라도 할 기세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끈질겼던 연락들이 서서히 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혼자 남았다
죽어야 했는데 죽지 못했다
죄를 안은 채 살았다
죽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나를 만났을 때 그가 왜 그렇게 희미했는지 알게 되었다
죄를 짊어지고 사는 건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죽은 채로 사는 건 살아있는게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잘난 척하며 베풀었던 그 얄량한 '용서'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내내 왜 저 새끼는 과거에서 못 벗어나서 절절 매는지
내 말에 토달지 않는지 불만을 가졌던 내가 얼마나 교만했는지
나는 그의 인생을 내가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나는 그를 용서했으므로 그래도 마땅하다고
그가 내 말을 거절하지 않는 걸 이용한 건 아니었을까
그 의미도 모른 채 했던 '용서'를
하지만 이제 내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얄팍하고 거짓으로라도 날 용서해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않는다
널 죽였다
네 여자를 품었다
이 모든 죄를 짊어진 나를 용서해줄 그는 여기 없다
그가 용서해주지 않는 한 죽을 수도 없다
이런 죄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죽은 것처럼 살아왔다
모두와 연락을 끊고 그저 끝날 날만을 기다리며
사라진 사람처럼 존재감을 지우고 그렇게.
알바를 전전하다 오랜만에 작은 카페에 자리 잡았다
그동안 어디에도 애착을 가지지 않았지만 이곳의 아늑한 분위기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심히 어깨 너머로 배운 커피가 어느 수준에 이르자 사장은 종종 나에게 자리를 맡겨두고 가게를 비우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들리지 않아서 벅차지는 않았다
집과 카페를 오가는 조용한 일상이 계속 되었다
안주했는지도 모른다
감히 잊어도 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내가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안일해졌던 그때,
네가 나타났다
- 오랜만이네, 박흥수
오년 만의 네 모습에 믿을 수 없어 굳어버린 내게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었다
너이지만 네가 아니다
눈빛은 차갑고 얼굴에 냉소가 가득하다
너의 그 에너지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사람을 끌어들이던 밝은 아우라는,
반짝이던 두 눈은 어째서
네가 행복해지길 바래서 떠났다
그를 지키지 못했다면 적어도 너만이라도,
너만이라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랬다
그것조차도 지나친 바램이었던 걸까
너는 아무런 유리 구슬처럼 무감각한 눈으로 날 보며 손을 거두지 않고 있다
나는 멈칫거리며 네 손을 잡는다
분명 밖은 더워서 견딜 수 없다던데 네 손은 죽은 사람처럼 차갑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널 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난 오직, 너의 행복을 바랬을 뿐인데
=
흥수의 이 에피를 짤 때 들었던, 영향받은 노래,
그리고 쓰면서 내내 들었던 건 메이트의 그리워.
=======================
왕꽃선녀냔들이 너무 많아....쓰면서 댓글 보고 흠칫 했다는;; 내가 너무 암시를 흘리고 다닌 걸까... 섬세하지 못했나봐;;
원하는 대로 쓰지 않아서 미안해 - 고집부리고 있어 이번엔
모두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기분이야 나조차도 원하지 않은
그럼에도 읽어주는 냔들 고마워,
그리고 [변명들] ↓
나 좋아서 쓰는 거면서 너무 징징거리는거 같아서 숨김글로..
[8편을 참아온 징징거림 폭발, 주의 -_-]
+
남순이만 '그' = 3인칭
모든 이야기의 시제가 과거형 = 회상
프롤로그
매의 눈으로 찾아낸 냔들이 불안해했던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어떤건지 그땐 몰랐다>
몇몇 암시들 - 예를 들자면 <그냥... 잤어> 같은
그리고 거슬러올라가서
<그건너> 외전에서 계획에 없었던 남순이 에피가 완결된 것도 조금은,
모두 의도된 거야 맞아
++
몇번이나 후회했어 난 왜 이걸 쓰기 시작했을까 왜 처음에 설정을 이렇게 했을까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을까
냔들이 물어볼 때 설명할 수 없었어
결론을 알고 쓰기 때문에 중간에 몇번이나 쓰다 울었어
행복해질수록 관계가 돈독해질수록 고백이 계속 될수록
그는 나의 분신이었다,는 흥수의 고백을 쓰면서, 환하게 웃어주는 남순을 쓰면서 울었어
이게 무슨 변태같은 짓일까 그렇게 울면서 쓸거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일텐데
프롤로그를, 중간 중간의 암시들을 모두 엎어버리고 싶었어
냔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불안해하는 글을 보면서, 행복해져라 하는 바람을 보면서
이 냔들은 곧 나를 미워하게 될거야! 애들을 이렇게 몰아넣은 날 미워할거라고! 혼자 외쳤어
바보 같은 짓이었지 하지만 이미 시작된 걸 어떻게 멈춰야할지 몰랐어......
도저히 평일에 업무를 하면서는 이런 심장 쪼개지는 이야기를 쓸 자신이 없어서 주말에 어떻게든 몰아썼어
다행이야 7, 8화를 쓰면서 계속 울었으니까 사무실이나 퇴근 후였다면 힘들었을거야
하지만 편히 쉬어야할 주말 동안 냔들에게 멘붕을 줘서 미안해
+++
쓰면서 뒤늦게 깨달았어
이건 러브스토리가 아니야.
그걸 기대했을 냔들에게 미안해
++++
나는 과연 이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까 이제 의심스러워
나는 냔들을 모두 멘붕으로 빠트리고서 과연 이 극단적인 설정을 납득할 수 있을만한 결론을 낼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스스로라도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조금도 모르겠어
후회하고 있어 이 이야기를 시작한 걸
지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 결론을 좋아해줄까
나는 그걸 과연 써낼 수 있을까
모르겠어 그저 가볼 생각이야
한동안만 마음을 추스릴게
혹시 기다리는 냔이 있다면, 길진 않을거야
+++++
조금은 탓하고 싶어 내게 지독하게 쓰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요청했던 냔들을.
이게 그 냔들이 기대했을 이야기와는 다르다고 해도
결국 쓰기로 하고 이렇게 구상을 한 건 나면서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훌쩍 가버리는 친구가 하나쯤은 있더라
그와 나는 아무런 연애감정 같은 건 없었는데도
우리는 그냥 친구, 동료였는데도
벌써 몇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때가 되면 늘 아파
떠난 사람은 몰라 남겨진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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